매일신문

도심 아파트서 쌉싸래한 蔘 향기가…

달서구 월성주공3단지 유리온실 만들어 묘삼 재배

올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대구 월성주공 3단지
올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대구 월성주공 3단지 '월성사랑회' 회원들이 싱싱한 팜 유리온실에서 새싹삼을 재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성주공3단지 내 유리온실. 장막을 걷고 들어서자 쌉싸래한 삼(蔘) 냄새가 새어 나왔다. 80㎡ 정도 되는 온실에서는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화분을 옮기고 난간을 정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올 초 행정안전부가 마을기업으로 선정한 주민자치형 도시농장인 '싱싱한 팜'이다. 이날 '싱싱한 팜'에서는 9일에 있을 '묘삼(苗蔘'노지에서 1년 반 키운 어린 인삼) 심기'에 대비해 월성사랑회 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정리작업을 하고 있었다. 온실 내부에는 묘삼을 심을 화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온실 뒤쪽에 있는 창고에는 온'오프라인 판매를 위한 포장상자, 양액(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무기질을 함유한 영양액)을 공급하는 탱크와 옮겨심기 전 묘삼을 보관하는 저온저장고가 있어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아파트 내 유리온실이 만들어진 것은 2006년 말. 아파트 외곽에 방치된 놀이터가 취객과 비행청소년의 탈선장소로 인근 주민의 골칫거리가 되자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곳을 유리온실로 만들기로 했다. 주민들이 재배한 국화로 전시회'축제를 열고 풍뎅이를 키워 분양하는 등 유리온실을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마을기업은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월성사랑회' 민금순(73'여) 회장이 기존의 봉사활동을 체계화할 필요성을 느껴 월성종합사회복지관, 주택관리공단 월성3관리소에 제안한 것을 계기로 추진하게 됐다. 삼을 재배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주택관리공단 관리소 측이 온실을 활용할 다른 방법을 찾던 중 전남 장성에 있는 새싹삼 재배농장 현장답사를 하면서부터다. 이곳의 삼은 전남 장성에서 1년 반 정도 키운 삼을 보관해 동면상태를 유지한다. 보관된 삼은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키울 수 있어 연중 재배가 가능하다. 묘삼을 심은 뒤 40여 일이 지나면 판매할 수 있으며 식용과 관상용 모두 가능하다. 재배기간이 짧아 1년에 7, 8번 수확할 수 있으며 연중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은 항상 주민들로 활기차다.

마을농장 주창성 사무국장은 "이곳에서 재배한 새싹삼은 잎과 뿌리를 모두 먹는데 주요성분인 사포닌이 일반 6년근삼의 2배, 5년근삼의 9배가 된다"며 "재배한 삼을 전량 판매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20뿌리 단위로 판매하는데 가격은 3만원이다.

투자와 판매로 얻게 되는 수익금은 모두 월성사랑회의 봉사활동으로 환원돼 아파트 내 행사를 열거나 주민자치 활동에 쓰인다. 주택관리공단 월성3관리소 이광필 대리는 "명절에는 농장 운영 수익금으로 아파트 내 소외계층 50가구를 선정,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하고 단지 내 주민 행사 때 시식회를 여는 등 주민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매달 일정한 수고비를 받기 때문에 월성사랑회 회원 가운데 관리소가 선정한 4명으로 정해져 있다. 여가시간을 활용해 봉사활동도 하고 짭짤한 수입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하는 주민은 많지만 기회는 많지 않다.

주민 조판희(66'여) 씨는 "여가시간에 농장을 찾아 삼을 보살피다 보면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다 풀린다"며 "40여 일 동안 어린 삼을 정성껏 보살피면서 자식을 다시 키우는 것 같은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장경자(58'여) 씨도 "같은 화분에 심었는데 성장이 더디거나 시들시들한 삼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하고 쑥쑥 자랄 때는 흥이 절로 난다"며 "판매 수익금을 이웃과 나눌 수 있어 더욱 보람된다"고 말했다. 정석교(53) 씨는 "귀농을 할 계획으로 삼 재배작업에 참가하고 있는데 쉴 틈 없이 이곳을 찾을 정도로 즐겁다"며 "봉사의 기쁨이 되돌아오는데다 나이가 많아도 일할 수 있어 자신감도 생긴다"고 했다.

도시농장의 시설'장비'재배기술 등 행정적 지원을 담당하는 관리소와 복지관 측은 올해 말쯤에는 묘삼을 직접 키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마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반인의 투자도 유도할 계획이다.

월성사랑회 민금순 회장은 "신체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은 영구임대아파트이다 보니 편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민들이 공동작업을 통해 수익도 내고 봉사활동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나 주민자치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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