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출발 늦추고 제주출발 당기고…멋대로 나는 독과점 항공

제주 체류 6시간 줄어 당일여행 아예 못하게

오는 12월 말 부모의 칠순 효도관광을 계획하고 있던 김호원(38) 씨는 제주도 관광 일정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2박 3일 일정으로 렌터카를 이용해 가족 동반 여행을 계획했던 김 씨는 대구~제주 비행기 운항 시각이 돌연 변경됨에 따라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김 씨는 "성수기 숙박료도 부담스러워서 어쩔 수 없이 여행 일정을 대폭 줄였다"며 "겨울철에 해가 짧아져 1시간 정도 운항 스케줄이 바뀌는 건 이해하지만 이번처럼 몇 시간이나 운항 시각이 바뀌는 것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내 항공사들의 일방적 비행 스케줄 변경으로 여행사들과 지역민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오전 이른 시각에 대구에서 출발해 제주로 가는 항공기들이 3시간씩 늦춰 운항하는 데다 제주에서 대구로 오는 운항 시각은 되레 앞당겨진 탓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제주간 운항 스케줄을 변경했고,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15일부터 바꾸기로 했다. 대구에서 제주로 가는 첫 비행기는 오전 7시 25분에 출발하던 것이 오전 10시 20분으로 변경됐고, 제주에서 대구로 오는 마지막 비행기는 오후 8시 35분이던 것이 오후 5시 45분으로 바뀐다.(표 참조) 출발과 도착 시각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제주를 여행하는 시간이 6시간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여행업계는 항공사의 바뀐 운항 스케줄대로 여행 상품을 맞추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여행사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는 바뀐 스케줄로 운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사가 두 곳뿐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바꿔도 대책이 없다"고 했다. B여행사는 제주도 당일치기 골프 여행 상품은 아예 없앨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전 10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할 경우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시각은 11시 20분. 공항 통과 등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점심시간인 12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것.

대구~제주 항공기를 운항 중인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단 두 곳뿐이다. 대구경북 주민들이 대구공항을 이용해 제주도로 가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두 회사의 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행기 운항 시각 변경을 두고 담합 의혹도 제기된다는 게 여행업계의 한목소리다. C여행사 대표는 "항공사들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변경된 항공 스케줄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여부를 따져 묻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항공사의 일방적 스케줄 변경은 결국 비행기를 이용하는 주민 불편으로 이어져 여행 상품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된다"고 했다.

항공사들의 입장에서는 오전 이른 시각 대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줄이면 승무원들이 숙박비를 절감할 수 있고, 야간 비행에 따른 애로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사의 대구공항 취항이 불투명한 이상 지역 주민들의 제주도 여행에는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항공사 관계자는 "운항 스케줄이 대폭 바뀐 것은 비행 안전성을 위해 인천과 김포에 있는 정비창에서 정비를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며 "대구~제주 간 운항 스케줄 변경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스케줄이 모두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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