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에 개최되었던 49회 대종상영화제의 수상 결과에 대한 논쟁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무려 15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이 정당한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화제 역사상 한 영화가 기록한 가장 많은 수상기록이기에 자연스럽게 이 논쟁은 해당 영화가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역대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인가에 대한 물음 역시 뒤따르고 있다.
우선 특정영화에 대한 '몰표'의 원인은 심사위원의 연령대와 공정성에 대한 과도한 의식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번 영화 평점에 대한 칼럼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의 시선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 바탕이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50대에서 70대까지가 주로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이 '사극'인 해당 작품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심사결과의 공정성을 위해 투표결과를 바로 봉인해 버린 것 역시 화근(?)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많은 영화제는 심사위원들이 각기 1표를 행사하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수상의 당위성에 대한 검증을 위하여 심사결과에 관한 토론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렇게 투표하자마자 봉인해 버리면 심사위원들 역시 발표 당일까지 어느 작품이 몇 개의 부문에 상을 받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즉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몰아주기를 한다는 행위 자체는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한편 비난의 화살이 수상작에 돌아가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해당 작품은 행사에 출품 했을 뿐이지 후보작 지명과 수상에는 책임이 없다. 그리고 문제의 확대가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의 존폐로까지 이어지는 것 역시 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들의 공통점은 주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행사들이라는 점인데 그 영화제들 역시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고 폐지의 위험도 있었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세계인들이 모두 알고 있는 행사로 오늘날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로 영화인들과 신진 세대의 영화인들이 어떻게 영화제의 구심점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하고 운영개선에 힘쓰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내년에 작품의 부문별 수상 횟수에 제한을 두려는 움직임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승자독식은 불공평하지만, 진정으로 한국영화역사를 대표하는 명작이 만들어진다면 올해보다 더 많은 부문에서 수상할 자격 역시 있기 때문이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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