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반도에서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라는 폭거를 범했으며 조선을 종속시키려 했고, 결국 한국을 강점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을 말살해 버렸다. 우리 종문(宗門)은 그 첨병이 되어 한민족의 일본 동화를 획책하고 황민화(皇民化)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가 되었다. 우리들은 맹세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그리고 과거 일본의 억압 때문에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바이다….'
전북 군산에 있는 동국사라는 절에는 일본 불교의 대표 종단인 조동종(曹洞宗)이 세운 참사문비(懺謝文碑)가 있다. 참사문비란 참회와 사죄의 글을 비석에 새긴 것이다. 동국사는 조동종이 세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일제는 조선에서 수탈한 쌀을 실어가던 군산에 왜 절을 새웠을까.
조동종 승려들은 포교의 가면을 쓰고 한민족의 황민화 등 일제의 한반도 지배 정책에 맞장구를 쳤던 것이다. 그런데 이 참사문비 건립의 주역은 다름 아닌 일본의 조동종 사찰인 운쇼지(雲祥寺) 주지 이치노헤 쇼고(一戶彰晃) 스님이다.
비문은 20년 전 조동종 종단 최고 책임자의 명의로 발표했던 글을 새겼다. 그러나 참사문비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 우익 단체들의 거센 압력에 비석 건립을 승인했던 종단마저 굴복하고 말았지만, 이치노헤 스님은 진실을 위한 외롭고 의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웃나라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던 독일과 일본이 전후에 보인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독일은 주변국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화해를 추구하며 EU 통합의 중심 국가로 거듭났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전쟁 특수로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주변 국가들과는 여전히 영토 문제와 전쟁범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한반도 식민 지배에 대해 '통석의 염' 따위 공허한 수사로 사죄를 기피하고 진실을 외면했다.
1970년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해 유태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일본 위정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증오의 역사'가 '화해의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참사문비 건립을 주도한 이치노헤 스님과 같은 인권'평화 운동가와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늘어날수록 일본은 그만큼 덜 왜소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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