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강사와 교수 연봉 10~20배 차이…생생한 증언 담아
가난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는 절망하게 된다. 절망이 만연한 사회는 위험하다. 자살과 묻지마 범죄 같은 극단의 선택이 횡행하고, 사회는 불안해진다.
인터넷신문인 프레시안 특별취재팀이 '한국의 워킹푸어'를 취재했다. 워킹푸어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빈곤 근로자층)을 말한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 말은 '극심한 소득 양극화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워킹푸어 문제는 미국, 일본, 유럽 국가 등 대다수 국가의 '공통적인 고민'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49.8%에 달한다. 비정규직은 이제 거의 모든 직종으로 확산했고, 위계구조는 갈수록 세분되면서 꼭대기와 바닥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워킹푸어들은 비정규직 교수와 금융 비정규직, 영화 스태프, 드라마 보조작가, 비정규직 학원코치, 비주류 언론기자 등 다양하다.
4년제 대학 시간강사 연봉은 2008년 평균 487만5천원, 전문대학 시간강사들은 강의료로 연평균 392만원을 받았다. 시간강사와 정규직 교수의 평균연봉은 10배에서 2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고급 인력이 수두룩하지만, 시간강사들의 수입은 학교와 학기마다 계약하는 탓에 고정적이지도 않다. 이들의 노동은 강의시간만 인정받을 뿐, 강의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은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대학 입장에서 당장은 시간강사들을 착취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겠지만, 그 부작용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등 고급 지식 인력을 생산하는 대학교육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금융 비정규직인 김현석 씨는 농협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고객지원센터나 야간상담원 등으로 일한 그가 받는 월급은 상여금을 합쳐도 연 수입 2천만원이 되지 않았다. 2009년 농협의 대졸 정규직 남성의 초임은 3천200만원이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일했던 김 씨는 계약만료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금융권의 고객 응대 서비스직 군의 상당수는 계약직이다. 이들 대부분은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 일을 하지만 급여체계, 복지체계 등에서 차별에 시달린다. 그마저 계약기간이 끝나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한때 촉망받는 체조선수였던 김영호 씨는 지역 도시의 중학교 체조부 코치로 일한다. 1년 단위 계약직인 그의 수입은 수당 없는 월급 120만원.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교사자격증이 없어 감독이 될 수 없는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훈련하지만, 만년 코치일 뿐이다. 언제 체조부가 사라질지, 해임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삶의 길은 별로 없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조사로는 2008년 기준 워킹푸어의 숫자는 총 취업자의 11.6%인 273만 명에 이른다. 2008년 하반기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로 2009년 상반기에 워킹푸어는 14만여 명이나 증가했다. 나이가 젊을수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전일제 근로자보다 시간제 근로자나 임시직 근로자가 워킹푸어가 될 확률이 높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박탈과 배제가 반복되면서 이들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정치, 언론 등 공론의 장에서도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나 이해관계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실업과 빈곤의 공포가 일상이 되면서 워킹푸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잠재적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언제 우리가 그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이 만연되는 것이다. 이 책은 워킹푸어에 대한 생생한 증언과 함께 해결방법에 대한 고민과 대안까지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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