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로는 밝고 명랑, 감독으론 진지 모드…이게 접니다
구혜선은 2008년 단편 '유쾌한 도우미'를 시작으로, 2010년 장편 '요술'을 선보였다. 지난달 31일 두번째 장편 '복숭아나무'도 내놨다. 그간 드라마 속에서는 항상 명랑한 '캔디'였는데, 그가 연출한 영화는 대개 무거운 주제와 소재가 다뤄진다.
"왜 연출한 작품들이 어두운 분위기냐고요? 왜요? 이질감 좋지 않나요?(웃음) 연기로 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것을 통해서도 저에 대해 보여줄 수 있잖아요. 연기는 밝고 유쾌한 역할을 많이 하지만, 연출할 때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제가 고민하는 부분이죠."
죽음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회피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쁘게 보는 건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맞닥뜨려보고 싶은 고민들이다. 잘 살기 위한 죽음에 대한 고민이랄까.
"얼마 전에 아동 호스피스 관련 TV 내레이션을 한 적이 있어요.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죠. 그러다 아이가 죽으면 '한 달을 살더라도 행복하게 해 줄 걸, 왜 내가 그 아이를 병원에서 아프게만 했을까'라고 후회한대요."
◆죽음 소재 단골…죽음 알아야 잘살 수 있겠죠
'현실주의자'라고 하니 '회의주의자'로 정정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는 그는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단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을 접했을 어린 시기였다. 안락사를 주제로 한 '유쾌한 도우미'와 음악학교 학생들의 꿈과 사랑, 죽음 등이 담긴 '요술'도 '인간' 구혜선의 생각이 담겼다.
'복숭아나무'도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괴물 취급을 받는 샴쌍둥이 상현(조승우)과 동현(류덕환) 형제 앞에 우연히 아름다운 여인(남상미)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판타지 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의 관계를 생각하다가 만든 샴쌍둥이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서로를 위해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영화. 하지만 그게 또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구 감독은 "영화 '가위손'을 보면 사랑을 하면서도 상대를 안으면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처럼, 나도 이번 영화에서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함축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그가 회의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밝고 유쾌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사람은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까"라며 배시시 웃었다. 영화는 조승우, 류덕환, 남상미가 주연이다. 구 감독은 "출연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며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했고, 그런 믿음을 주는데 배짱이 커지고 담력이 생겼다"고 웃었다.
"조승우 씨도 그렇고 처음 드린 시나리오인데 빨리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자신감이 안 붙을 수 있을까요? PD님은 캐스팅이 안 될 것 같다고 하셨는데 조승우 씨 소속사 대표님이 오셔서 제 마음의 작은 불씨에 휘발유를 붓고 가셨죠. 저를 포기하게 만들려고 오신 줄 알았는데, '시나리오는 생선'이라며 '생선은 싱싱할 때 먹어야 한다'고 해서 용기가 났어요."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 '절친' 남상미를 향해서는 애정이 듬뿍 드러난다. 남상미는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 샴쌍둥이 형제를 세상에 나오게 하고, 또 상현과 동현이 온전한 인물이 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남)상미가 출연 안 한다고 했으면 울었을 것"이라며 "밑밥을 많이 깔아 동참하게 했다"고 웃었다. "상미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꼭 프랑스 여자 같아요.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풍겨나는 것 같다니까요."(웃음)
◆극중 사랑스런 남상미, 본모습 철저히 맞춘 것
극중 남상미가 진짜 사랑스럽게 그려졌는데 구 감독 본인의 이미지가 반영된 거냐고 하니 철저하게 남상미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가로 저었다. 극중 사랑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남녀에게서 은연 중에 연애의 감정이 나타난다. 구 감독이 연애를 하기 때문인지 물었다.
구 감독은 "한 번도 멜로 감정을 직접 나타낸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난 항상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며 "언제나 사랑을 해왔다.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을 뿐"이라고 웃었다. 이어 "앞으로도 내 연애사를 알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난 언제나 사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일을 하고, 다재다능하면 피곤한 법이다. 여기저기서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감독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며 "스트레스가 외부에서 받는 거라고들 하는데 나는 누가 뭐라고 하든지 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거나 할 일이 많을 때 마음속 '정지' 버튼을 누르고 잠시 쉰다"고 말했다.
구혜선이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가장 바라는 건 "배우들이 이 작품에 출연한 걸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며 "그들이 후회하지 않게끔 책임감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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