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다. 길거리마다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져 흩날린다. 살짝 흙냄새를 머금은 낙엽은 겨울 채비의 신호다. 화려한 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려면 집 가까운 수변공원이 좋다. 그곳엔 아직도 선연한 가을빛을 가득 담고 있다. 물가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가을 속으로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가창댐~헐티재~청도 각북면으로 이어지는 길은 운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도심지를 살짝 벗어나 가창댐 초입에 들어서면 공기의 질감이 확연히 달라진다. 차창을 활짝 열면 시원한 바람이 가슴속까지 들어온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잠깐 올라가면 오른쪽에 가창댐이 나온다. 가창의 아름다움은 가창댐에서부터 시작한다. 차를 세우고 가창댐 둑으로 가보면 가창댐의 역사를 알 수 있다. 1959년 8월 21일 인근 농지 농수용으로 준공했다. 물 수요가 계속 늘어나자 1986년 4월 댐 둑 높이를 45m, 댐 둑 길이를 250m로 증축한다. 댐에 물이 가득 차면 910만4천t 규모다. 요즘은 가창면 전 지역과 수성구 파동, 상동, 중동 지역의 식수원이다.
최근 가창댐 주변이 새롭게 변신했다. 식수원 보호를 위해 꽁꽁 싸매두었던(?) 가창댐의 모습을 활짝 공개했다. 가창댐의 시계 확보를 위해 지난해 1천666m의 가창댐 담장 높이를2.2m에서 1.2m로 낮췄다. 답답했던 시야가 확 트였다. 그 대신, 여름에 만개하던 덩굴장미의 자태는 사라졌다. "5월이 되면 줄장미가 그토록 아름다웠었는데…"라며 덩굴장미를 그리워하는 주민도 많다.
댐의 물결과 주변 산세를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생겼다. 댐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가창댐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창댐을 지나 헐티재까지 계곡과 길이 동행한다. 끝없이 이어지며 절경을 선사한다. 길가에 듬성듬성 서 있는 원두막도 인기다. 가족 나들이나 소풍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자전거 마니아들은 이곳에서 잠깐 휴식을 한 후 또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헐티재를 오른다.
◆미술관 옆 단풍은 진행형
가창댐 주변은 예술 마을이다. 댐 상류 지역의 '양지마을'은 맞은편 오2리 마을회관에서 보면 한눈에 확 들어온다. 마치 스위스 알프스 산 계곡에 있는 동화 같은 마을 풍광이다. 양지마을에 들어서면 '동제미술관'이 있다. 미술관 텃밭과 가창댐 상류가 거의 맞붙어 있다. 미술관 입구의 커다란 은행나무에서 노란 잎이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은행나무가 있는 미술관! 정말 아름답다. 동제미술관의 테라스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늦가을의 정취를 즐긴다. 향긋한 '허브차' 한 잔을 마시면 마치 가을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듯 그윽한 느낌이 든다. 동제미술관은 한창 재단장 중이다. 이달 말쯤엔 확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동제미술관 시여리 관장은 "누구나 찾아와 차를 마시고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며 "봄이면 넓은 잔디광장에서 예쁜 신랑 신부가 야외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살짝 귀띔한다. 가을 풍광도 멋지지만, 눈 내린 미술관의 모습은 더욱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이런 멋진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양지마을을 살짝 벗어나면 주변에 대구미술광장도 있다. 폐교를 수리해 2000년 9월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넓은 그곳엔 전시장과 창작실 아트숍은 물론 야외 조각공원과 산책로, 공연과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야외무대도 있다. 봄이면 벚꽃축제, 가을엔 낙엽축제 등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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