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팔공산, 남쪽에 앞산, 바로 돌아 비슬산. 그 중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을 바람 길 삼아 야트막하게 대구는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옛 명성에 걸맞지 않게 어느새 그저 밋밋한 대한민국의 무미건조한 소비도시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우연한 인연으로 달성군의 어느 하늘을 렌즈 프레임 속을 들여다보고서야 '달성'이 이렇게 아름답고 매력 있는 도시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중국 당나라 문종(827~839)이 절 지을 터를 찾고 있던 중 어느 날 아침. 세숫대야에 한 폭의 아름다운 경치가 나타났다. 여기가 어디일까? 신하를 시켜 찾아보라고 했더니, 그곳은 신라땅 비슬산 주봉 아래 대견사지였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세월 벼린 집돌 사이로 붉게 물든 이끼담쟁이와 넓은 바위 위에 공덕 쌓인 탑만 하늘 맞닿아 있었다. 채움의 번뇌보다 비움으로써 더 큰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비슬산 대견사지는 묵묵히 전해주고 있었다.
그뿐인가. 비슬산 아래 명당 인흥마을(화원읍 본리)에는 몇 세기를 지켜온 남평 문씨 세거지, 광거당 방안 깊숙히 내려앉은 돌담, 대나무 숲은 비슬산 비 구름조각들과 어울리고, 뿌리 깊은 기둥사이로 사진 한 컷의 행복감은 숱한 작가들의 숨소리마저 멈추게 해 버렸을 터….
낙동강을 돌아, 다림재를 넘으면 기품도 당당하게 서있는 도동서원은 대구의 자랑이요 달성의 보물이다. 1865년 흥선 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에 전국 650개 서원 중 600여 개가 철폐되었지만, 오늘날 남아 있는 47개 주요 서원 중 하나다. 사림과 후손들의 두터운 보호 아래 수령 600여년 된 은행나무는 '김굉필나무'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낙동강을 고스란히 안으며 그 유장한 역사의 흐름이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이름을 충분히 대변해 주고 있다.
영남사람의 지조와 절개를 엿보게 하는 육신사(사육신 박팽년 사당) 경내에 있는 보물 태고정(보물554호)과 도곡제. 산모퉁이 돌아 삼가헌 고택정원은 한옥 건축미의 진수를 확인 할 수 있다. 여기에다 화원동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사문진 다리 위로 걸쳐지는 낙조에 이르면 이미 모든 이들은 달성군이 대구의 보물섬임을 말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보물은 지척에 있는데 인연의 벗들과 사진여행 한답시고 반 백년 무수한 세월들을 셔텨와 싸웠다. 한반도가 모자라 지구반대편 까지 돌고 돌아도 채울 수 없는 무력감은 솔직히 욕심이었다. 그 욕심을 달성의 비슬산 대견사지가 오늘 비로소 일깨워 주었다. 이런 인연으로 달성군은 적어도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홍상탁(대구예술대 교수'디지털사진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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