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홍수 피해와 물 부족의 근본적인 해결이다. 대형 보와 대규모 준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등을 통해 200년 빈도 홍수에도 끄떡없는 강을 만들겠다는 것. 정부는 홍수 예방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지난해 장마와 올해 태풍에도 낙동강 본류와 주변 마을에는 별다른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다.
낙동강 본류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정작 지류 하천은 폭우를 감당하지 못했다. 태풍 '산바'로 지류 하천인 회천과 감천을 끼고 있는 고령과 김천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지천과 본류의 수위 차로 인해 역행 침식 현상이 일어나고 대형 보가 물 흐름을 막아 지천 유역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한다.
◆본류 주변 홍수 피해 사라져
낙동강 본류와 인접한 구미시 선산읍 원3리는 올해 태풍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예전에는 비만 오면 마을이 물에 잠기는 걸 막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물을 퍼내야 했다. 주민 김홍덕(53) 씨는 "배를 띄워 사람들이 피신을 할 정도로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며 "낙동강 수심이 깊어지면서 홍수 위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낙동강 본류의 홍수 조절 능력이 지난해 장마와 올해 태풍을 겪으며 충분히 증명됐다고 강조한다. 대규모 준설을 통해 수심이 깊어지면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 전보다 3~4m가량 홍수위가 낮아졌다는 게 이유다. 국토해양부 4대강추진본부에 따르면 태풍 '산바' 당시 하루 107.5mm의 비가 내렸던 낙동 지점의 경우 낙동강 사업 이전에 비해 수위가 4.9m 낮아졌다는 것. 특히 낙동강 하류 진동 지점의 경우 홍수경보가 발령되며 수위가 9.4m까지 상승했지만, 낙동강 사업이 아니었다면 12m까지 상승해 제방 안전이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올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감소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한반도를 강타한 올 8월 말 낙동강 낙단보와 구미보의 최고 수위는 0.27m에 불과했다. 이는 보 설치 전인 2008년 8월 3.68m에 비해 3.41m나 낮아진 수준이다. 홍수위가 감소할수록 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가 줄어든다. 예년보다 강우량이 많았던 지난해 장마기간에도 낙동강은 버텼다. 지난해 6~7월 장마기간 동안 전국 평균 강우량은 642㎜로 예년 평균 강우량인 248mm보다 2.5배나 많았지만 상주지역의 수위는 홍수위보다 3.78m가 낮았다는 것. 낙동강 지류인 황강의 수위도 예년 장마 때보다 1.3m가량 낮았고,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달성보 인근 화원유원지는 지난해에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다만 낙동강 일부 지류 하천에서 제방 유실과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은 감당할 수 있는 강우량을 초과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낙동강 지류인 백천과 회천의 강우량을 측정하는 대가강우관측소의 경우 국지성 호우가 200년 빈도인 128㎜/3hr을 훌쩍 넘는 157㎜/3hr이 쏟아졌다는 것. 4대강추진본부 관계자는 "침수된 보 인근의 둔치와 저수로 사면은 원래 수위가 홍수위가 되면 물에 잠기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지천 수위 올라가며 물난리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낙동강 사업으로 수위가 낮아졌다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은 유리한 수치만 인용한 '끼워맞추기식'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10월 24일 오후 구미시 비산동 덕산교 인근 광역수도관은 지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불어난 강물이 강바닥을 쓸어내려 가며 지면 아래 있어야 할 수도관이 드러난 것. 상주시 사벌면 매호1리 조규팔(71) 이장은 "산에서 급류가 내려오면서 마을 앞 지천이 온통 허물어졌다"며 "낙동강 준설로 강 수심이 깊어지면서 물살이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당할 수 없는 폭우라는 정부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태풍 '산바'는 빠른 속도로 한반도를 통과했기 때문에 태풍의 규모와 강도에 비해 영향은 적었다는 것. 고령지역의 경우 태풍 '산바' 당시 강우량은 192㎜로 2002년 태풍 '루사' 177㎜, 2003년 태풍 '매미' 때(162㎜)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천도 태풍 '산바' 당시 강우량 261㎜를 기록했지만 태풍 '루사' 당시 296㎜보다 오히려 적었다.
낙동강 본류의 경우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지천의 수위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태풍 '산바'로 피해를 입은 고령의 경우 강우량 93㎜를 기록했던 9월 17일 지천인 회천의 최대 수위는 5.23m였다. 그러나 태풍 '매미' 내습 당시 강우량 176㎜에도 회천의 수위는 3.15m였고, 강우량 144㎜를 기록한 태풍 '루사'에도 수위는 2.15m로 오히려 낮았다. 김천시 감천의 경우 태풍 '산바' 당시 최대 수위는 4.28m(강우량 143㎜)였지만 강우량이 80㎜나 더 많았던 2002년 태풍 '루사' 때는 4.78m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태풍 '매미'(강우량 148㎜) 때는 최대 수위 3.38m로 오히려 낮았다.
또한 지천으로 역행 침식이 일어나면서 구미시 비산동 봉곡천의 덕산교는 땅에 묻혀있던 교각의 상판 일부가 드러났고, 교량과 만나는 도로의 제방과 도로 상판 일부가 맥없이 무너졌다. 구미보 우안 둔치도 수천여 평이 침식됐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대형 보에 가로막힌 낙동강 본류의 물 빠짐이 느려지면서 지천이 범람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홍수를 방어하겠다고 했지만 지천의 홍수 위험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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