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로 찾아 나선 대구경북 명소…「영남 택리지」

영남 택리지/ 김병덕 권근호 지음/ 도서출판 대보사 펴냄

전직 경찰서장과 전직 축협중앙회 직원. 이 책의 저자인 김병덕과 권근호다.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유일하게 풍수지리에 대한 관심은 두 사람 다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니 경상북도 바닥을 샅샅이 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조그만 풍수지리 모임의 회원에서 시작된다. 금세 두 사람의 풍수지리에 대한 뜻이 맞아 연구소도 함께 하면서 대한민국 특히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의 맥을 잡느라 세월을 보냈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사람은 양명한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니 모름지기 집터는 해와 달과 별의 빛이 찬란하게 땅을 비추며, 비와 바람과 추위와 더위의 기후가 적절하게 절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곳은 인재가 많고 질병도 적다"고 했다. 풍수지리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책은 경북 일원의 마을, 가옥, 무덤, 도시 등을 소재로 터가 갖는 풍수지리적 의미를 규명하여 인간에게 어떤 작용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답사기는 모두 221편이다. 대구는 대구와 달성으로 나누고 경북은 울릉을 제외한 22개 시'군으로 나눴다. 그래서 총 24개 지역을 담았다. 어떤 지역에 인물이 나며, 태어난 인물의 색깔은 또 어떠하며. 그 인물이 차지한 터는 또 어떠한 모습인가를 그려내려고 노력하였다.

저자들은 "이중환의 책 '택리지'가 인문지리의 시작에서는 고전의 인문지리서가 되나, 풍수지리의 관점에서는 정통한 조선풍수의 맥을 이은 실용서"라며 "풍수지리서란 동양철학의 시각에서 가거지(可居地)를 택지하는 기준을 정하여 생민(生民)을 위한 책이며 그것이 현대판 택리지 저술에 욕심을 낸 이유"라고 책 저술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잘 알려진 지역과 마을, 무덤 그리고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지역별로 분류돼 있다. 예를 들면, 대구에서는 대구의 주산이 앞산이라는 주장을 펼친 뒤 북구 침산동과 친일파 박중양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또 두류공원과 와룡산, 명나라 풍수였던 두사충이 터를 잡은 만촌동 이야기와 금계포란형 명당인 옻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달성군에서는 '현풍 곽씨 12정려각' 이야기와 남평 문씨 세거지, 그리고 귀화 장군 김충선이 터를 잡은 가창면 우록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곽재우 장군의 묘터와 도동서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구미에서는 금오산과 야은 길재 선생, 박정희 전 대통령 등 13줄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포항에서는 포항제철단지의 풍수 해설과 이명박 대통령 조부의 묘터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경주는 양동마을과 여근곡 문무대왕 수중릉, 그리고 교동의 최부잣집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가장 많은 답사기가 실린 안동에서는 임청각 이야기에서부터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퇴계 이황의 묘터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고 하회마을과 금계마을, 그리고 독립투사 25명을 배출한 하계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산에서는 원효대사'설총의 이야기와 갓바위 등을 담고 있다. 칠곡에서는 문과급제자 12명을 배출한 장원방 마을과 매화낙지형이라는 웃갓마을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30여 년 동안 3천500여 종 이상의 족보와 3천 종 이상의 문집을 펴낸 대보사에서 펴냈다. 987쪽. 3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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