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변두리 한 중학교의 프랑스어 교사인 프랑수아는 9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2학년 학급 담임을 맡게 된다. 늘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에스메랄다,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전학을 온 칼, 성실하지만 언어적 한계로 입을 좀처럼 열지 않는 중국 이민자 웨이, 책 읽기를 거부하는 쿰바, 과격한 행동으로 퇴학 위기에 놓인 술레이만 등 다양한 인종'문화적 배경에 반항기 넘치는 학생들로 구성된 학급을 상대해야 하는 프랑수아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반대로 학생들은 자신과 다른 언어와 코드를 구사하는, 말귀가 통하지 않는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이 답답할 따름이다. 프랑수아는 학생들에게 배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숙과 집중을 주문하는 동시에 지적 영역을 넓혀가도록 이들을 의도적으로 도발하며, 학생들은 평등한 대우를 받고 다름을 인정받기를 원하며 사사건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한다. 그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기도 하는데 이때 폭발하는 쪽은 비단 학생뿐만이 아니다. 교실에서 말썽을 피운 학생을 혼내는 과정에서 교사도 학생 이상으로 핏대를 세우기도 하고, 학생들의 태도를 나무라면서 교사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한다.
전직 교사이자 기자, 작가인 프랑수아 베고도가 자신의 교편 경험을 담아 2006년 발표한 동명 소설 '클래스'를 감독 로랑 캉테가 각색, 영화화했다. 학교 담장 안에서 9월 개학부터 이듬해 여름 종업식까지 1년 동안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표현해낸 픽션이다. 교사들은 학생들 못지않게 불평도 많고 불완전한 성품을 가진 존재들이고 학생들은 교사들의 가르침에 순응하기보다 끊임없이 회의하고 저항한다.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축소판처럼 서로 다른 인종에 다양한 문화, 코드를 가진 학생들이 모인 교실이라면 소통의 어려움은 한층 배가된다. 학교를 다룬 만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혹은 우리나라의 실정에 견주어 여러 가지 성찰을 가능케 하는 작품이다. 러닝타임 128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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