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어머니 곳간 쇳대 17년 걸려 받았어요…동광식당 주인 이현주씨

동광식당 주인 이현주(43) 씨는 본인 말대로 서울깍쟁이처럼 생겼지만 보기보다 손님을 대하는 데 사근사근하고 친절하다. 시어머니의 콧등치기와 황기족발 식당 일을 남편 홍성길(48) 씨와 함께 17년간이나 거들면서 겨우 올해 '곳간 쇳대'를 건네 받았다고. 시어머니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 동네에서는 효부 소리를 듣는다.

"여기는 콧등치기 동광식당이래요. 어서 오세요."

생긴 것과는 달리 강원도 특유의 억양으로 거침없이 손님을 대할 정도로 성격이 소탈하다. 북한식 농담도 잘해서 손님들은 북한에서 내려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

성수기인 여름철이면 손님들이 밀려서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다. 동광식당의 명성에 도움을 받아 주변에도 콧등치기와 황기족발 전문집이 여럿 들어섰다.

"정선읍내 다른 집들도 다들 괜찮게 하는데 손님들이 우리 집만 찾아 괜히 죄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요."

남의 집 사정까지도 배려할 정도로 사려 깊기도 하다. 자리를 일어서니 한 숟가락만 더 들고 가라고 하며 붙잡을 정도로 강원도의 후덕한 인심을 내보이는 이 씨다. 동광식당은 무뚝뚝하나 정이 깊은 강원도 정선의 아라리가 넘치는 곳이란다. 꿈은 남편과 함께 향토음식으로 세계에 나가보는 것. 자식들이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며 가업을 이어 줄 것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시어머님이 창업하고 제가 이어받았으니 아랫대가 생기면 전국에 체인점도 열어봐야 하지 않겠어요." 향토음식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화를 해보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내비쳤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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