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순자의 유학사상(1)

공자·맹자로 이어진 유가에 반기

순자 초상
순자 초상

순자의 이름은 황(況)인데, 중국 고대 전국시대 BC 4세기 말에서 3세기 초에 걸쳐 살았던 사람이다.(맹자보다 약 70년 뒤) 조(趙)나라에서 태어나 제(齊)나라에 유학하여 발군의 실력을 나타냈으며, 그 후 초(楚)나라에 가서 난릉현의 장관이 되어 행정을 보기도 했다. 그는 사상가일 뿐 아니라 탁월한 행정가이기도 했다. 그의 저술 속에는 이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매우 현실적인 정책이 많이 담겨 있다.

중국 고전은 대다수 앞부분은 자기가 쓰고 뒷부분은 제자나 후세 사람이 부연한 경우가 많다. '순자'라는 책은 순자가 직접 쓴 것이다. 그러므로 32편 모두 매우 일관된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 내용은 교육'수양'정치'문학'음악'군사'경제'철학(인식론과 윤리학)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어 다른 제자백가에 비해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당시 제나라는 강국이어서 국비를 들여, 수도 '임치' 서문 밖의 '직산' 아래 연구소를 지어 천하의 학자들을 불러들여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하게 했다.(그들을 '직하의 학'이라 한다),

이 당시 순자가 원장을 3번이나 연임하면서 여러 학파의 학자들과 교류하였고, 그 결과로 순자의 폭넓은 사상이 형성됐다. 순자는 단순히 종합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철학을 가지고 여러 학파를 비판하기도 하였는데, 이 점에서 그는 유가사상의 발전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유가와 다른 사상이라 하여 유가에 넣지 않으려는 학자도 있다. 공자에서 맹자로 이어지는 유가사상이 천명의 내재로써 인간의 훌륭한 본성을 긍정하고 도덕적 노력에 의해 이것을 잘 발휘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으나, 순자는 하늘과 인간을 구분해야 한다며 유가 전통의 중요한 관점을 비판했다. 자연의 운행은 그 자체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고, 인간은 주체적 노력에 의해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순자의 주장이다.

인간의 노력, 현세주의, 예법의 존중 등은 유가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지만, '중용'에서 보듯이 인간 본성의 근거가 하늘에 있으므로 하늘을 공경의 대상으로 삼아 경외해야 하고, 인간과 하늘은 서로 감응하므로 인간의 타락이 하늘의 노여움을 사서 천재지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불식시켰다.

이 점에서 유물론적이며 종교적으로는 무신론에 가깝다. 이는 유가사상에 '천명사상'과 '성선론'으로 조금 남아 있던 종교적 잔재를 완전히 버린 것이다. 그의 대표적 학설인 '성악설'은 순자에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점을 이해하면 순자 사상을 그렇게 가볍게 볼 수 없다. 그의 사상은 현대와 가장 접합되는 논리와 인식 틀을 가지고 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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