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토종 여우 폐사, 생태계 보전 쓴 교훈

소백산에 방사한 지 엿새 만에 폐사한 암여우 사체에 대한 부검 결과 호흡부전에 의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국립공원 야생동물의료센터는 민가 아궁이에서 죽은 채 발견된 여우가 아궁이의 재 때문에 기도가 막혀 호흡을 제대로 못 해 죽은 것으로 진단하고 배 부분에서 발견된 외부 충격에 의한 내출혈 흔적이 간접적인 폐사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멸종 위기 1급인 토종 붉은여우 복원을 위한 첫 시도에서 이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맞았으나 생물 종 복원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번 여우 폐사를 놓고 여러 논란도 있었다. 먹이 활동 등 야생에 적응을 못 해 굶어 죽었다거나 추운 날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며 방사 시기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지적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우의 위 속에서 설치류로 보이는 먹이가 발견된 점, 함께 방사된 수컷 여우는 아직 방사 지점 반경 1㎞ 내에서 생존해 있는 등 특별히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종 복원을 위한 첫 시도부터 100%의 결과를 얻겠다는 과도한 기대는 올바른 접근 자세가 아니다. 멸종 동물의 복원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연 적응 훈련을 거쳐 방사됐다고는 하지만 인공적인 환경과 야생에서의 적응은 또 다른 차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환경부와 종복원기술원 등이 방사 시기에 대한 판단과 자연 적응 훈련의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반영한다고 하니 향후 보다 개선된 복원 프로그램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은 "전 세계적으로 60초에 한 종씩 생물이 멸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 종의 멸종은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미치기 때문에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생물 종 보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경고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반달가슴곰이나 산양, 토종 늑대 등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 동물을 복원하고 야생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종 복원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함께 전문 인력 양성, 지속적인 예산 지원 등 노력이 더 요구된다. 이번 암여우의 폐사를 생태계 보전과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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