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녹색산업, 말이 달린다] ⑥·끝 승마 마니아들 이야기

취미로 시작한 승마가 직업으로…"말 사랑에 푹 빠졌어요"

이규열 씨 가족이 영천 청통면
이규열 씨 가족이 영천 청통면 '홀스승마장'에서 말을 탄 채 환하게 웃고 있다.(오른쪽부터 이규열'김은경 씨, 지혜 양, 종현 군) 민병곤기자
이재철
이재철'백설주 씨 부부가 영천 완산동 '영천승마클럽' 실외승마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영천 신녕면
영천 신녕면 '휘명승마아카데미'에서 승마교관으로 일하는 서보람 씨.
경주 석장동에서
경주 석장동에서 '동향목장'을 운영하는 이지훈 씨.

말산업 육성의 성공 여부는 승마 대중화에 달려있다. 정부는 2016년까지 승마 인구를 현재 2만5천 명에서 5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승마 체험 인구도 현재 연간 63만 명에서 5년 뒤 150만 명을 확보할 예정이다. 취미나 건강을 위해 승마를 시작한 뒤 아예 말 관련 직업을 갖게 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말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 승마교관이 되거나 승마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승마 마니아들의 '말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심신건강 되찾았죠"-승마가족 이규열 씨

영천 청통면 호당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규열(43) 씨는 3년 전 시작한 승마로 건강을 회복했다.

당시 허리디스크로 잘 걷지도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고 한다. 병원에 다녔지만 차도가 별로 없자 이 씨는 허리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승마에 도전했다. 이때부터 집에서 가까운 청통면 '홀스승마장'에서 거의 매일 말을 탔다. 꾸준히 말을 탄 뒤 몸무게가 14㎏이나 줄어 몸매도 날씬해졌다. 요새는 허리근육이 튼튼해져 일상생활뿐 아니라 운동도 할 수 있다.

이 씨는 승마를 생활화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3년간 홀스승마장을 아예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홀스승마장은 마사(24칸)와 4천여㎡ 규모의 실외승마장,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다. 자마회원의 말 9마리도 관리하고 있다. 이 씨의 말도 3마리나 된다.

이 씨는 "승마장을 운영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가족 모두 말을 타며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에 만족한다"며 "앞으로 말을 더 늘려 순치, 조련, 번식 등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인 김은경(42) 씨는 임신중독으로 약해진 몸을 단련하기 위해 2009년 남편과 함께 승마를 시작했다. 김 씨는 당시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승마 이후 체력이 향상돼 건강을 거의 회복했다. 김 씨는 말과 함께 호흡하며 꾸준히 승마를 한 결과 폐활량도 좋아졌다고 한다. 거의 매일 말을 타는 김 씨의 승마실력은 구보는 물론 대회에 나갈 정도이다.

김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해 영천운주산승마장에서 열린 '제1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승마대회'에 출전했다. 신안'포항 등에서 열린 전국지구력승마대회에도 부부가 함께 4번이나 참가했다.

이 씨의 딸 지혜(19) 양도 지난해 승마를 시작해 구보까지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이 양은 "앞으로 승마 관련 직업이 전문직으로 각광받을 것 같아 대학 마사과에 진학했다"며 "생활체육 승마지도자 및 승마지도사 자격시험 준비도 꼼꼼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아들 종현(15) 군도 혼자 말을 타고 속보까지 구사할 수 있어 가족 모두 승마 마니아인 셈이다.

◆"금슬도 좋아졌어요"-승마부부 이재철'백설주 씨

10년 전부터 골프 대신에 말을 탔다는 이재철(55) 씨는 지난해 영천 완산동 들판에 승마장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승마가 너무 좋아 아예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천승마클럽'으로 이름 붙인 승마장에는 실외승마장, 마사(9칸),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다.

사무실에는 말안장, 승마복, 부츠, 헬멧, 고삐 등 승마에 필요한 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승마장에 승마용품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씨는 영천운주산승마장 입구에도 승마용품 진열장을 마련해 판매도 하고 있다.

말도 9마리나 관리하고 있다. 이 중 6마리는 이 씨 소유의 체험용이고 나머지 3마리는 서라벌대 마사과에서 위탁한 말이다.

체험용 드러브렛 암말 1마리는 올 8월 운주산승마장의 씨숫말과 짝짓기를 했다. 이 씨는 내년쯤 우수한 망아지 출산을 기대하고 있다.

올 들어 평보, 속보, 구보 등 승마레슨을 받기 위해 승마장을 찾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다. 승마지도사 자격증 실기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구보만 집중적으로 배우는 대학생도 있다. 승마 기초를 어느 정도 다진 사람들이 실외승마장에서 말 달리기를 즐기기도 한다. 주말이면 인근 캠핑장에서 가족과 함께 승마를 체험하러 온다.

이 씨는 방문자들의 승마 수준에 맞춰 자세부터 꼼꼼하게 가르친다. 올 6월에는 승마지도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일이 힘든 장제도 독학으로 배워 직접 말발굽을 깎아내고 편자를 교체하기도 한다. 장제사 자격시험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부인 백설주(54) 씨도 2년 전 승마를 시작해 말 마라톤대회에 출전할만큼 실력을 갖췄다. 이 씨 부부는 지난해 포항에서 열린 전국지구력승마대회에 함께 참가했다.

이 씨는 "다른 어떤 운동보다 전신운동 효과가 큰 승마를 통해 생활의 활력을 얻는다. 아내와 함께 승마장에서 일할 수 있어 부부금슬도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즐기면서 일하지요"-승마교관 서보람 씨

영천 신녕면 '휘명승마아카데미'에서 승마교관으로 일하는 서보람(27'여) 씨는 요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승마장에서 기승술이나 마장마술을 가르치며 틈틈이 좋아하는 말을 마음껏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씨는 2010년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기업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대신 승마장에 취업했다. 승마장에서 일하며 포항대 겸임교수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친다. 포항 기북초교의 유소년승마단도 지도하고 있다. 수입은 대기업보다 조금 적은 월 300여만원이지만 만족도는 훨씬 더 높은 편이다. 당시 학과 교수와 부모 모두 반대했지만 요새는 되레 좋아한단다.

서 씨는 대학 시절 전통무예 18기에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조선 정조 때 전통무예 중 일부가 마상무예로 이뤄진 것을 알고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학 3학년 때인 2007년에는 휴학을 하고 영천의 민간승마장을 찾아 승마에 도전했다.

이후 영천운주산승마장에서 낮에는 말을 타고 밤에는 과외를 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뒤에도 계속 말을 탔다.

서 씨는 2010년 8월 광주에서 열린 '제5회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에 처음 출전해 장애물(국산마) Ⅰ클래스 종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2010년 10월 영천운주산승마장에서 열린 '제5회 전국말한마당축제'에서는 영천시승마연합회 소속으로 출전해 마장마술Ⅲ'Ⅱ클래스 2종목에서 우승하며 여자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생활체육승마지도자 및 승마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앞으로 말조련사, 재활승마지도사 등 국가자격증을 계속 획득할 예정이다.

승마장 사택에 거주하는 서 씨는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승마의 매력에 빠져 아침부터 밤늦도록 일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며 "대기업에 취업했다면 일은 잘 할 수 있겠지만 정서적으로 피곤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승마를 배운 대학생들이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우승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승마 대중화 시대를 이끌어갈 교관 양성에 주력한 뒤 개인 승마장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말과 함께 쉴 수 있죠"-목장 운영 이지훈 씨

경주 석장동에서 '동향목장'을 운영하는 이지훈(36) 씨는 승용마 조련 및 승마 체험객 지도로 하루 24시간 내내 말과 함께 지낸다.

산으로 둘러싸인 목장에 들어서면 농촌에 온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입구에 우뚝 선 메타세쿼이야 나무와 목재 울타리가 운치를 더한다.

이 씨는 7천여㎡ 규모의 목장을 빌려 운영한다. 목장은 마사 3개동(27칸), 사무실,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말도 더러브렛, 웜블러드, 안달루시안, 팔로미노 등 9마리나 된다. 이 중 7마리는 자마회원들의 말이다.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한 이 씨는 10여 년 전 이 목장에 취업했다. 목장이 문을 닫자 다시 부산경마공원에 취업해 기승훈련을 담당했다. 경마공원에서 일하며 6개월간 일본 홋카이도, 미야자키 등의 말 육성목장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 몸무게 65㎏ 초과로 경마공원에서 기승훈련 일을 계속하기 어렵게 되자 여유있게 말을 조련하기 위해 다시 이곳에 들어와 목장 운영을 시작했다.

목장 숙소에서 생활하는 이 씨는 새벽에 일어나 말에게 "얘들아, 잘잤니?"라는 인사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람이 정을 주는 만큼 말도 느낄 수 있단다. 방목을 통해 스트레스를 푼 이곳의 말들은 하나같이 온순하다.

이 씨는 등자를 차거나 혀를 차는 소리 '쯧쯧' 대신에 "워크"(walk'평보), "트롯"(trot'속보), "캔터"(canter'구보) 등 영어 구호를 사용해 말을 탈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경주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시키는 조련 과정도 6개월에 걸쳐 천천히 진행한다. 처음 2, 3개월간은 말을 훈련시키지 않고 아예 목장에 풀어둔다. 충분한 방목을 통해 말의 경마습성을 잊게한 뒤 사람의 체중에 적응하게 한다.

말이 터치나 자극에도 둔감하게 될 때 평보, 속보, 구보 등 훈련을 시작한다. 이때도 처음에는 사람을 태우지 않고 음성을 익히게 한다. 재갈을 물리고 사람이 탄 뒤 다시 훈련을 시키면 순한 승용마로 전환된다.

이 씨는 "경마공원에서 나온 말들이 훈련도 거치지 않은 채 승마장에 유입돼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경주퇴역마를 제대로 조련시켜 승용마로 전환하는 휴양목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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