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철학/신승철 지음/동녘 펴냄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음식을 통해 어려운 철학의 개념을 풀어낸다.
저자는 '짜장면'을 통해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설명한다. 짜장면은 원래 중국음식이었으나 이것은 1905년 인천에 정착하기 시작한 화교들이 지금 우리가 먹는 짜장면을 만들어냈다. '진짜'대신 '짝퉁'를 먹는 셈이다. 이렇게 사본이 진본과 멀어져 더이상 진본의 복제품으로서의 의미조차 잃어버릴 때 '시뮬라크르' 개념을 떠올릴 수 있다. 팝아트처럼, 서로 흉내 내고 카피하면서 원본에서 멀어져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는 과정이 바로 시뮬라크르다. 언어에도 시뮬라크르 현상이 나타나는데, 모든 사람들이 진본 '자장면'이 아닌 사본 '짜장면'으로 발음하자 짜장면 역시 표준어로 병행표기되기 시작했다. 짜장면과 자장면은 시뮬라크르 세계와 이데아 세계의 갈등을 언어적 측면에서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잡채는 17세기 조선시대 광해군 시대에 등장했다. 잡채는 이충이 진상했는데, 광해군은 이 사람을 좌의정 벼슬을 줄 만큼 잡채 맛에 사로잡혔다. 현재의 잡채와는 맛이 다르지만, 광해군은 이충이 보내준 잡채가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았다고 한다. 잡채를 통해 저자는 다양성의 미학을 떠올린다.
'리토르넬로'는 시간의 차이 나는 반복 현상을 밝히는 개념으로, 시간이 가진 독특한 화음을 담고 있다. 이 개념을 김치와 연관시킨다. 김치가 발효되는 과정이 '리토르넬로'라는 하모니라는 것. 또 김치는 각 지역별로 독특한데, 김치의 리토르넬로에 영향을 준 것은 6'25전쟁이다. 피난 행렬을 통해 지역 고유의 맛이 뒤섞이게 되고, 88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의 김치는 한국의 리토르넬로를 알리는 음식이 됐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비유와 철학적 개념이 흥미롭다. 265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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