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 "공교육 살리자" 생각없는 말이 공교육 죽이는 꼴

며칠 전 어느 단체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사교육을 막을 수 있는 대책에 대한 공약을 제안했다고 한다.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교육은 죽었고 사교육은 살았단 말인가?

공교육은 결코 죽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교실수업 개선은 물론 자기 계발을 위해 평균 연간 100시간 이상 연수를 받고 있다.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실험실습, 토론 중심의 수업을 전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간혹 학원에서의 문제 풀이, 암기 중심의 선행학습이 학교에서 창의성을 기르는 수업에 장애요소가 될 때가 많다.

아이들에게 잘못한 행동만 자꾸 깨우쳐주면 오히려 그 행동이 뇌에 각인돼 그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결코 공교육은 죽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면 외칠수록 학부모들은 진짜 공교육이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사교육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사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보도를 보고 경악할 때가 있다. 대구 경제의 어려움, 빈부 격차의 사례로 사교육비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우리 손주 학원도 하나 못 보낸다.' 조손가정 어느 할머니의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에 통탄한 적이 있다.

정말 사교육을 줄이려면 잘 살아있는 공교육을 간섭하지 말고 가만히 두고 격려만 해달라.

신재진(대구금포초등학교 교장·singane@edunav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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