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협심증

고혈압 환자라면 찬바람 부는 요즘 특히 조심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좁아진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안돼 심장이 기능을 잃을 수 있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좁아진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안돼 심장이 기능을 잃을 수 있다.
나무뿌리처럼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바로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다.
나무뿌리처럼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바로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다.

협심증(狹心症)은 글자 그대로 심장이 좁아져서 생기는 가슴 통증을 말한다. 심장이 좁아진다는 말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즉 관상동맥이 좁아졌다는 말. 심장을 왕관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관상동맥이라고 부르는데, 혈관 내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서 혈관이 좁아졌고, 결국 심장에 혈액 공급이 감소해 발생하는 증상을 협심증이라고 한다.

◆가슴 통증 생기면 의심해봐야

관상동맥은 우측 및 좌측 관상동맥으로 구성돼 있다. 관상동맥이 75% 정도로 좁아질 때까지는 거의 증상이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진행되면 협심증 증상이 생긴다. 다만 좌측 관상동맥의 시작 부위는 50%만 좁아져도 협심증이 온다.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절반가량은 복부 이상 때문이다 보니 이를 구분하기 위한 진단이 필요하다.

가령 가슴 통증으로 입원해서 심장혈관 검사를 받고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이 확인돼 그곳에 스텐트(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려고 집어넣는 그물모양의 관) 삽입술을 한 환자가 계속 통증을 호소해서 다시 복부를 검사해보니 간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스텐트 삽입술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서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위염이나 위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비록 흔하지 않지만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식도염, 위염, 위궤양 등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다시 심장혈관 검사를 했더니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관상동맥 협착'은 여러 형태의 가슴 및 복부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엔 처음부터 곧바로 심장마비가 발생하기도 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좁아진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그 아래 부위의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안 돼 심장근육이 기능을 멈추는데 이를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현대의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30~40%는 병원 도착 전에 숨지는 치명적인 병이다.

◆초겨울 아침 운동은 주의해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원인으로는 ▷고혈압 ▷협심증의 가족력 ▷고연령 ▷흡연 ▷당뇨 ▷고지혈증 ▷비만 ▷운동부족 등이 있다. 이런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진단 즉시 원인질환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돌연사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협심증의 진단은 먼저 환자의 가슴 통증이 가장 우선시된다. 병원을 찾으면 가슴 X-선 사진과 심전도를 일차적으로 검사한다. 환자 증상과 종합해 심장 초음파와 심장혈관 조영술(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한 뒤 최종적으로 진단한다.

심장혈관 조영술을 했을 때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이 발견됐다고 모든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혈관 좁아짐이 75% 이상 진행된 부위에 풍선을 집어넣어 혈관을 넓히거나, 대체 혈관을 잇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요즘처럼 초겨울 날씨에는 아침 운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는 먼저 기온이 낮은 아침에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게 돼 심장 발작이나 뇌경색 위험을 증가시키게 된다. 아울러 대부분 혈압약의 약효 지속시간은 12~24시간 정도여서 아침이면 전날 복용한 혈압약의 효능이 떨어져서 혈압이 상승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장 발작의 위험이 다른 시간보다 높다.

좁아진 관상동맥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좁은 관상동맥을 풍선으로 확장하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 이런 관상동맥 확장술이 불가능한 경우엔 관상동맥을 우회하는 수술, 즉 '관상동맥 우회술'을 하게 된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환자의 심장 혈관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환자 몸의 다른 곳에서 혈관을 가져다가 좁아진 심장혈관 부위를 우회하는 수술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늘 다니던 도로가 좁아질 경우, 관상동맥 확장술은 직접 좁은 도로를 확장하는 방법이고, 관상동맥우회술은 좁은 도로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수술법이라고 할 수 있다. 관상동맥 우회술에 사용하는 혈관은 주로 가슴 벽의 내흉동맥, 팔의 요골동맥, 다리의 복제정맥 등이다.

◆시간 늦으면 심장근육 괴사

김부영(55'가명) 씨는 7년 전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고 스텐트를 집어넣는 시술을 한 차례 받았으나 2년 뒤 다시 협심증이 재발했다. 관상동맥 조영술을 해보니 스텐트를 집어넣은 부위의 혈관이 다시 좁아져 있었고, 심장 뒷부분 혈관도 좁아진 상태로 확인됐다. 결국 김 씨의 좌우 내흉동맥을 떼어와 좁아진 관상동맥을 대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뒤 5년 후 다시 CT 검사를 한 결과, 이식한 혈관이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 원인은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 수축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심부전,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심장 근육의 괴사(심장근육에 피 공급이 중단되면 3~6시간 만에 근육은 기능을 잃어서 되살릴 수 없다)로 생기는 심장파열 등이 있다.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응급으로 관상동맥 확장술을 해야 한다. 필요하면 관상동맥 우회술을 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관상동맥 확장술이 발달하면서 급성심근 경색에 의한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은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관상동맥 확장이 불가능하거나 좌측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주 관상동맥이 좁아진 경우엔 수술이 필요하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관상동맥을 이어붙이는 수술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심폐기를 삽입하지 않고 심장 고정장치를 이용해 심장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시행하는 수술로 구분할 수 있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나찬영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