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리지 않는' 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 어찌하리오

"클래식 공연하기엔, 시설 너무 열악" "어린이 전용 무대…예산 없

시설이 노후화돼 공연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꾀꼬리극장이 자리 잡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 대구어린이회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시설이 노후화돼 공연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꾀꼬리극장이 자리 잡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 대구어린이회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최근 대구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음악 공연을 열었던 A오페라단은 공연 내내 진땀을 빼야 했다.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피아노가 말썽을 부린 탓이다. 피아노를 조금만 옮겨도 조율해둔 현이 풀려 조율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좁은 대기실에서 수십여 명의 연주자들이 무대 의상을 갈아입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이 오페라단 단장은 "대구에는 꾀꼬리극장처럼 교통이 편리하고 700석 정도의 중형 공연장을 갖춘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꾀꼬리극장을 이용했다"면서 "꾀꼬리극장은 소리 울림이 좋아 전문 음악 공연장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대구에서 유일한 중형 규모의 공연장인 꾀꼬리극장이 노후화된 시설로 연주자들 사이에서 기피시설이 되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구어린이회관 측은 "전문 공연 시설을 갖추는 것은 예산이 부족할 뿐 아니라 어린이 전용 공연장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회관 안에 위치한 꾀꼬리극장은 1983년 지어졌다. 주변에 학교와 아파트가 모여 있어 이용하기 편리한데다 180여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어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도 애용하는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꾀꼬리극장은 대구에서 유일한 700석 공연장으로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1천 석 넘는 대규모 공연장은 부담스럽고 300~400석의 소규모 공연장은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꾀꼬리극장의 무대 시설과 좌석, 대기실, 부대시설, 일부 조명시설, 객석 등은 1983년 개관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200㎡ 남짓한 무대에서 165㎡ 넓이의 공연무대를 제외하고 조명기기와 피아노 등을 놓고 나면 여유 공간이 없다. 피아노는 1988년과 1996년에 들여놓은 것으로, 노후화돼 사용한 연주자들은 "조율 작업이 소용없다"고 꼬집었다.

66㎡ 규모의 대기실은 성인 10명만 이용해도 꽉 찬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 때문에 클래식 같은 전문 음악 공연은 매달 3, 4건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열리는 재롱 발표회와 청소년 피아노 공연 대회 등이 열린다.

문화예술계는 전문 음악 공연장으로 구색을 갖춘다면 꾀꼬리극장은 대구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공연장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악가 이병삼 씨는 "꾀꼬리극장 관리를 대구시청 문화예술과가 아닌 저출산고령사회과에서 맡고 있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중형 규모의 공연장에 목말라하는 연주가들이 많아 공연장 개'보수가 이뤄진다면 시민들이 더욱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르가니스트 박수원 씨도 "지금 같은 시설로는 꾀꼬리극장이 좋은 입지와 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재롱잔치장 정도로만 활용될 수밖에 없다"며 "시설이 개선되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클래식 교양강좌도 열려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어린이회관 측은 꾀꼬리극장은 어린이를 위한 공연장이지 클래식 공연장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어린이 대상의 공연장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개선한다 해도 부족한 예산이 걸림돌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설 교체에 드는 비용이 시비만으로는 어려워 국비 신청을 했지만 몇 년간 답보 상태다.

대구어린이회관 관계자는 "전문 공연장은 시설 손상을 우려해 어린이 공연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인데 꾀꼬리극장마저 클래식 공연장으로 바꾸려는 것은 문화예술계의 지나친 욕심이다"며 "어린이 공연을 하기에는 현재 시설만으로도 충분하며 개'보수가 이뤄져도 어린이 공연장에 맞게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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