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8조 국민행복기금,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통 큰' 공약을 내놓았다.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깎아주고 고금리 대출을 장기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1천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우선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비상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대책이 몰고 올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과연 해소할 수 있느냐이다. 새누리당은 이 대책에 재정 투입은 없다고 했지만 향후 경기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도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신용자에게 이자나 채무를 깎아줘도 그들의 소득이 올라가지 않으면 나머지 부채도 갚기 어려울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춰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내년에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의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경우 2% 후반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고용이 축소되고 소득이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둔화되면 부채 상환 능력도 저하된다. 신용불량자에게 부채를 감면해 주더라도 남은 부채 역시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그 손실은 정부가 떠안을 공산이 높다. 이는 어려운 가운데서 빚을 지지 않고 있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새누리당은 이런 문제에 대해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양극화가 불러온 사회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 또한 아니다. 정부 주도의 가계부채 해소 정책이 이런 측면을 도외시할 때 열심히 빚을 갚아나가는 사람들은 '나는 뭐냐'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해소만큼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채 탕감' 요구는 계속해서 불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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