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인중개사 한숨, 대구 440곳 휴·폐업

주택거래량 감소 직격탄 "월수 100만원도 힘들어"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15년째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성근(50) 씨는 거래 장부만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보통 한 주에 한 건씩은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이달 들어선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는 "실계약은 아니더라도 매매 문의도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먹고살려면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매는 물론 전세 거래가 줄면서 중개 수수료 수입이 급감한 탓이다.

온나라부동산 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주택 거래량은 3천126건으로 8월 3천617건에 비해 500건 가까이 줄었다. 9월이 이사철인 점을 감안할 때 예년에 비해 30% 이상 준 수치다. 지난해 9월 주택거래량은 4천700건이었다. 이사 수요와 절기가 비슷한 지난 4, 5월의 5천55건, 4천591건과 비교해도 거래량이 급감한 것.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공인중개사무소 휴'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3천여 곳의 공인중개사무소 중 올 들어 폐업한 곳이 400곳에 이른다. 휴업한 곳도 40여 곳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기대하기도 어렵고 한 달에 한두 건 전'월세 계약 수수료를 받아봤자 월수입으로 100만원 올리기도 힘들다. 많은 공인중개사들이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정도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은 임대료 및 사무실 운영비 등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을 함께 쓰거나 이업종과 한 사무실을 쓰고 있다.

정용 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장은 "요즘 공인중개사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경비를 아끼기 위해 출입구를 두 개로 하는 방식으로 꽃집과 세탁소, 마트 등 다른 업종과 사무실을 같이 쓰는 공인중개사무소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 변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가 9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아파트 매매 등 취득'등록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연말까지 연장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 거래 가뭄을 해갈하기엔 역부족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작년에 시행한 취득'등록세와 양도세 감면혜택이 끝난 올 1월 주택거래량은 1천568건으로 평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부 대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내성만 키워 감면정책이 종료되는 내년 1월부터는 거래량이 더 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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