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에 한가득 고인 뜨거운 눈물을 삼켜야만 했던 그날의 비통함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무려 20년 동안이나 화재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구해왔던 베테랑 소방관을 먼저 떠나보낸 이기환(57) 소방방재청장의 가슴 쓰린 회한이 담겨 있는 한마디다.
이달 9일 50번째 소방의 날을 맞았지만 소방방재청 분위기는 즐겁지만은 않다. 이달 2일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동 ㈜이랜드월드 부평공장 지하 2층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 중 유명을 달리한 고(故) 김영수 소방경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탓이다.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은 "사명감으로 젊음을 화재현장에 바쳤던 고 김영수 소방경을 지키지 못한 것이 마음의 큰 빚으로 남아 있다"며 "고 김 소방경과 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소중한 부하를 잃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외양간'만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화재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관들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은 자신의 안전보다는 임무수행을 서두르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장파악과 작전수립 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재난현장 표준 작전절차를 정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인력부족 문제는 시'도별 재정여건에 맞는 인력확보와 2015년까지 연간 600명의 의무소방원 배치, 그리고 전담의용소방대 확대를 통해 해소하고, 장비 부족과 노후화 해소를 위한 소방재원 마련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청장이 꿈꾸는 50년 후 한국 소방방재청의 모습은 화재는 물론 인적'자연재난, 화생방, 유독물질, 건물구조 등을 총망라해 대응할 수 있는 명실 공히 국민안전과 직결된 총체적 대응기구다.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장비와 인력을 많이 보강해야 한다. 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필수다. 더불어 종합적인 소방기구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소방산업도 전제조건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중앙정부 부처들 간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도 시급하다.
멀리는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 같은 재난관리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이 청장은 "생활안전과 관련한 모든 대응을 전담해서 책임지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하고 국민들은 119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소방방재청은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우리 국민들을 지킬 수 있는 전문조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11일 소방방재청은 그동안 국민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고생했던 퇴직 소방공무원 가족과 소방 서비스로 수혜를 입은 119 수혜자, 그리고 현직 소방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50주년 소방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날 이 청장은 "지난 50년간 안전 지킴이의 대명사인 '119브랜드'를 쌓아 올리기까지 헌신'봉사한 동료 소방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며 "앞으로도 소방관들이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국민의 행복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충실히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소방방재청은 119와 1339로 이원화되어 있던 응급환자 발생 시 신고'상담'이송업무를 119로 통합하며 119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였다.
또 '등산목 안전지킴이' '시민수상구조대' 활동을 비롯해 최근에는 범국민 심폐소생술 교육확대를 위해 전국 192개 소방서에 심폐소생술 교육센터를 설치, 교육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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