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구 재발견

'넓은 평야, 큰 읍성이라는 뜻의 달구벌로 불리며 1천800여 년 전부터 대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온 대구. 조선시대 왕실의 약재를 책임지던 약령시와 400년 전통의 서문시장을 비롯해 이상화, 이중섭 등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심 곳곳에는 역사와 문화,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다. 그런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팔공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찬란한 불교 문화, 교육열과 선비 정신이 어린 고택 등 대구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빨간 사과가 익어가는 가을, 어제와 오늘이 한데 어우러져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대구로 떠나본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겨진 뛰어난 풍광, 재미있는 역사와 전통, 명물 등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 '한국의 재발견'(KBS)은 지난달 6일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도시'로 대구를 재조명했다. 100년 전 선교사들이 들어와 지은 서구식 건물, 일제강점기의 저항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이상화 고택,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피란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사색의 공간이 되어줬던 찻집과 음악 감상실 등의 흔적을 따라 대구 도심 골목을 두루 비췄다. 또 달구벌의 상징, 팔공산과 국내 유일의 대구 약령시, 동구 평광동 사과마을,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화원읍 남평 문씨 집성촌 등이 전파를 탔다.

대구가 2012년 거둔 대표적 성과 중 하나는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문화를 재평가받는 전기가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재발견 방영 이후 지난달 25일 대구시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2012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공모에서 지방자치단체 부문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골목을 스토리텔링해 역사와 문화를 입히는 등 공공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변화'발전시키는 데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 도심 근대골목투어는 지난 6월 '한국 관광의 별'(장애물 없는 관광자원 부문)로도 선정돼 관광객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대구를 새롭게 돌아보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 내부의 '자기 비하'다. 대구 시민들은 이상하리만큼 대구엔 볼 게 없고 즐길 게 없고, 먹을 게 없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반면 대구를 찾는 외지인들은 '기존 이미지보다 실제가 훨씬 더 좋은 도시'로 대구를 평가한다.

도심 골목투어 취재 때마다 만나는 외지 방문객들은 "대구에는 일상의 소소한 멋과 감동이 있다"며 "사통팔달 잘 뚫린 도로, 쾌적하고 깨끗한 도시 환경, 싼 물가가 인상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골목투어 방문객들이 주로 찾는 대구 대표 육개장집 '진골목식당'과 한류 드라마 '사랑비'의 주인공 장근석 하숙집으로 유명해진 약전식당, 고풍스러운 한옥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종로숯불갈비 등 싸고 맛있는 주변 맛집 역시 대구는 먹을 게 없다는 고정관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골목투어를 비롯한 '대구 재발견'은 그간 저평가된 대구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어제와 오늘이 어우러져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대구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달성토성과 경상감영이 수천 년 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대구읍성 안에 집을 짓고 건물을 만들면서 생긴 골목들이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직까지 원형을 보존하고 있으며, 전국 최대의 도심 녹지축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자기 비하는 벗어 던질 때가 왔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곳 '대구'. 우리는 대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랑하고 있는가. 대구 재발견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가 먼저 대구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는 일이 아닐까? 대구를 더 알고, 더 사랑하고, 더 자랑하는 일에 시민 모두가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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