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리그우승(하)

정규리그 1위 가치 퇴색, 포스트시즌 인기에 밀려…진정한 챔프는 리그1위

프로야구는 모두 9이닝으로 정해져 있고 공수교대 시에는 최대 2분이 소요된다. 자리바꿈의 틈새에 주어지는 2분마다 방송매체는 광고를 하는데 방송 전후와 투수교체 시기까지 포함하면 전부 20여 회 이상을 활용할 수 있다. 시간으로는 40분 이상에 이른다. 야구에만 존재하는 이 시간을 통해 연간 엄청난 광고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광고 수익 덕분에 프로야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큰 수익을 얻는 방송매체와 함께 하면서 오늘날 프로야구는 생활의 일부로 여겨질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방송매체 때문에 야구 본연의 제도가 흔들리기도 한다.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가 끝난 후 벌어지는 번외경기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양대 리그의 챔피언끼리 붙는 자존심 대결에 가까웠다.

그러나 1905년부터 월드시리즈로 정착되면서 자연스럽게 상업성을 갖추게 됐다.

양대 리그의 우승팀끼리 맞붙는 메이저리그의 결승시리즈니 당연한 결과였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대결을 방송매체가 그대로 둘 리 만무했다.

그들은 최고의 대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했다.

이런 차원에서 90년 동안 이어온 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두 팀만 월드시리즈에 오르면 나머지 지역 팬들의 관심이 떨어지니 시리즈 진출 팀을 결정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제도를 바꾸어 결정전에 최대한 많은 팀이 출전하면 미국 전역에 걸쳐 최대한 많은 호응도를 끌어낼 수 있다는 취지였다.

결국 1995년 양대 리그에서 동부와 서부, 중부로 나눈 지구제를 도입했다. 이어 지구 2위권 팀 중 승률 1위 팀이 한자리를 차지하는 와일드카드 제도도 병행했다. 이렇게 해서 와일드카드로 오른 팀과 지구 1위 팀이 맞붙고 나머지 두 팀이 맞붙는 첫 플레이오프전(5전3선승제)이 바로 디비전시리즈가 된 것이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에서 승리한 팀들끼리 맞붙는 경기를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7전4선승제)라 하고 여기서 승리한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이다.

결국 선수와 팬, 방송매체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면서 새로운 제도로 자리 잡았지만 모두가 흥행이란 상업성에 기초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원년부터 전'후기제를 시행하다 팬 호응도에 비중을 두어 1989년부터 준플레이오프라는 특이한 제도를 채택했다.

리그 4위가 챔피언도 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제도였지만 오늘에 이르러 어느덧 익숙해진 탓인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길고 긴 전투 끝에 얻은 리그 우승의 진정한 가치는 희석되어 버렸다.

133경기를 치르며 얻은 1위의 명예가 포스트시즌의 인기에 가려진 것이다. 흥행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일지라도 페넌트리그야말로 프로야구의 진정한 가치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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