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도를 가다] <상> 바닷속 심산유곡

해저로부터 높이 3000m나 우뚝 솟아오른 '신비의 화산섬'

지금으로부터 250만 년 전 동해.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화산폭발이 일어났다. 이 폭발로 인해 바닷속에서는 대구 수성구(76.49㎢)만 한 땅 덩어리가 불쑥 솟아올랐다. '신비의 섬' 울릉도가 탄생한 것이다. 제주도보다는 무려 100만 년이나 앞섰다. 바다 위 면적은 72㎢, 동서 길이 10㎞, 남북 9.5㎞, 해안선 길이는 56.5㎞로 섬치고는 평범한 몸집. 그러나 바닷속에는 지름이 30㎞, 해저로부터의 높이가 3천m의 거대한 몸집을 숨겨두고 있다. 울창한 원시림과 독특한 지형, 화산섬 특유의 생태환경에도 불구, 뱃길과 육상 교통이 매우 열악해 왠지 멀게만 느껴졌던 울릉도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울렁거리며 도착한 울릉도

역시 만만한 곳이 아니다. 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싣자 곧바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포항항을 출발한 배는 예상보다 1시간이나 더 걸려 4시간 만에 울릉도 항구에 승객들을 내려놓는다.

도착했지만 울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섬지역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는 고속도로처럼 길게 쭉 뻗은 게 거의 없다. 해안 절벽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꼬불꼬불 옛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다. 울릉도(鬱陵島)라는 명칭은 '빽빽하게 나무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 그러나 배를 타서도 육지에 도착해서도 울렁거려서 얻은 이름 같다.

그러나 눈만은 즐겁다. 울릉도까지 가는 뱃길은 시원스러운 바다와 곳곳에 기암괴석들이 함께해 여행을 더욱 설레게 한다. 섬 전체가 하나의 화산체라 평지는 거의 없고 해안은 대부분 절벽으로 이어져 어디를 가도 비경이다.

바다에서 바라볼 때 울릉도는 그 자체로 성인봉이다. 해발 986.7m에서 뻗어나온 산세는 형제봉과 미륵봉, 나리령을 이루며 해안에 가 닿는다. 울릉도를 눈길만으로 누리기에 충분하다. 정상에 오르면 원시림과 특산식물, 야생화 등 울릉도 고유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정상 아래 팔각정에서는 도동항과 울릉도 앞바다의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산의 능선이 춤을 추고 산을 감싸고 도는 운무가 신비로움을 더한다.

성인봉 북쪽에 위치한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의 평지다. 고개를 넘어 마주한 첫인상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울렁증에 시달렸던 심신이 비로소 평온해진다. 동서 1.5㎞, 남북 2㎞로 걷기에 적당하다. 너와집과 투막집이 그 옛날 울릉도인들의 척박했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울릉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란다. 3m가 넘는 눈이 쌓이고 성인봉 정상에 내린 눈을 5월까지 감상할 수 있어 겨울철 울릉도의 백미로 꼽힌다.

반면, 여름의 백미는 봉래폭포다. 성인봉에서 발원해 원시림을 뚫고 힘차게 낙하한다. 삼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걷다 보면 높이 25m의 3단 폭포가 장관을 드러낸다. 풍혈 또한 비밀스런 선물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4℃의 찬바람이 뿜어져 나와 여름 피서지로 손꼽힌다.

◆울릉도 발끝에서 느끼다

교통이 불편했던 울릉도는 유독 옛길이 많이 보존돼 있다. 비록 최근 콘크리트 도로가 늘어나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은 많이 소멸됐지만 산간마을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옛길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내수전 석포마을 옛길과 나리분지 신령수 원시림 숲속길, 황토구미~태하등대 옛길, 도동~행남 가는 길 등이 손꼽힌다.

모두 둘러볼 수는 없어 잠시 즐거운 고민 끝에 내수전 석포 옛길을 택했다. 유일하게 일주도로가 뚫리지 않은 곳인데다 일주도로가 뚫리면 '옛길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실제 지난해부터 옛길은 보존키로 하고 해안선을 따라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16년 완공될 예정이란다. 전체길이가 4.4㎞로 걷기에도 적당하다.

숲 속에 들자 원시림이 무색할 만큼 울창한 숲과 깎아지른 해안 절벽, 풍광이 펼쳐진다. 주변에는 너도밤나무와 섬피나무, 섬잣나무 등의 울릉도 특산식물과 동백나무, 굴거리나무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특히 정매화곡쉼터를 지나 천부에 이르는 길이 백미다. 250만 년 전 섬이 태어난 때부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름도 모르는 양치식물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숲이 깊어지면서 사람의 숨소리와 바람만이 들고 난다. 울릉도를 발끝으로 누리기에 이만한 여정도 없는 것 같다.

이야기도 있다. 1962년부터 1981년까지 19년 동안 길을 잃은 30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한 이효영 씨 부부의 미담도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집터만 남아 있다.

심산유곡임에도 바다를 끼고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다 보니 눈길이 자꾸 바다로 향한다. 해발 200m 높이 동북쪽에서는 맑은 날이면 육안으로 독도를 조망할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는 부속섬 죽도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소소한 운치와 바다의 장쾌한 멋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런데 웬걸, 바다 쪽 풍경이 심상치 않다. 파도가 일기 시작하고 강풍이 불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2박 3일의 일정이 끝이 났지만 울릉도를 떠날 수 없었다. 강풍으로 인해 출항이 금지된 것이다. 울릉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란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청마 유치환 시인의 '그리움'이란 시로 답답함을 달래 수밖에….

◆가는 길=울릉도 가는 길은 험하다. 울릉도 여객선은 포항'강릉'묵호 세 곳에서 출발한다. 하루 1차례 운항하고 포항에서는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한다. 이동시간은 3시간이지만 상황에 따라 1, 2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넉넉잡아 5시간 정도 잡아야 대구에서 울릉도에 도착한다. 독도는 더 고약하다. 2시간 정도 걸리지만 관광객 모두가 독도에 상륙하는 것은 아니다. 입도율은 60% 수준이다. 날씨가 좋아서 유람선이 출발해도 독도에 정박하는 것은 세 번 중 두 번 정도다. 독도에 머무는 시간은 20여 분, 선착장에 한해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