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신비로운 구룡포

이름부터 신비로움이 넘치는 구룡포, 그 유래를 살펴보면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령이 각 마을을 순시하다가 지금의 용주리를 지날 때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치면서 바다에서 용 10마리가 승천하다가 그중 1마리가 떨어져 죽자 바닷물이 붉게 물들면서 폭풍우가 그친 일이 있는데 이 9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 구룡포(九龍浦)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구룡포는 동해안 최대 어업 전진기지 중 하나였다. 당시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었다. 곳곳에는 예스러움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경북 동해안 최대의 일본인 집단 거주지가 있었다는 사실도 그렇다.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일본식 적산가옥(敵産家屋)과 골목길을 걷노라면 어디선가 인력거가 나타나 옆을 스쳐 지나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오래전 방송된 유명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포항시가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조성해 놓았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의 아픔이 깃든 곳이어서 씁쓸하지만 한편으론 역사적 교육 현장이자 또 다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구룡포는 대게와 오징어도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고래로도 유명했다. 고래잡이는 울산의 장생포가 전국 최고였지만 고래고기는 구룡포가 더 이름을 떨쳤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포경선에는 냉동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고래를 잡은 후 거리가 먼 장생포까지 가다 보면 고기가 부패하는 경우가 많아 울산 선적 포경선 대부분이 가까운 구룡포로 향했던 것.

구룡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동해안 최대의 고래고기 시장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1987년 포경이 금지된 이후 고래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도 몇 집 남지 않았으며 수천만원에 달하는 밍크고래는 바다의 로또라고 불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지금은 당시의 귀한 대접을 받던 고래고기 대신 과메기가 효자품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구룡포 해풍과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꾸덕꾸덕 잘 마른 구룡포 과메기가 전국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구룡포의 겨울을 책임지고 있다. 주말과 휴일이면 과메기를 먹기 위해 구룡포를 찾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철이 지금이다.

마침 이달 17, 18일 이틀 동안 구룡포에서 과메기축제가 열린다. 신비로움이 깃든 구룡포를 찾아 맛과 영양이 풍부한 과메기도 맛보고 근대역사문화거리를 걸으며 역사의 현장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구룡포의 겨울바다는 덤으로 따라와 준다.

포항'이상원기자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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