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환호해맞이 아파트 분양 전환 갈등

주민 "비싼 분양가 내려라" vs "감정평가대로 진행" LH

포항 환호해맞이그린빌 2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분양가를 낮춰달라며 시공사인 LH 대구경북지역본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항
포항 환호해맞이그린빌 2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분양가를 낮춰달라며 시공사인 LH 대구경북지역본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일반분양 전환을 앞두고 입주자와 LH공사 간에 갈등이 일고 있는 포항 환호해맞이그린빌 2단지. 입구 곳곳에 분양가를 낮춰달라는 주민들의 항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포항
일반분양 전환을 앞두고 입주자와 LH공사 간에 갈등이 일고 있는 포항 환호해맞이그린빌 2단지. 입구 곳곳에 분양가를 낮춰달라는 주민들의 항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내 수중에 단돈 100만원도 없소. 돈 못 내면 나가라는 건데 여기서도 쫓겨난다면 어디 가서 살라는 건지…. 어린 손주를 볼 때마다 살길이 막막해 눈물만 납니다."

12살 어린 손자와 사는 황모(72'여) 씨는 요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도 마음이 무겁다. 10년 전 아들 내외가 교통사고로 죽고 두 식구의 유일한 벌이는 황 씨가 도시락업체(노인 일자리사업체)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꼬박 일하고 번 돈 70여만원이 전부다. 생전 남편이 물려줬던 집은 생활을 위해 일찌감치 팔아버렸고 지금은 공공 임대주택인 포항 환호해맞이그린빌 2단지에서 살고 있다. 2007년 처음 이사 올 때는 사정이 좋았다. 보증금 2천600여만원에 월 20만원 선의 저렴한 임대료만 지불하면 됐다. 예전 집을 팔고 남은 돈과 황씨가 벌어들인 수입만으로 두 식구가 근근이 먹고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나자 황 씨에게 '임대계약이 만료돼 1억원을 주고 집을 사거나 이사를 가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전달됐다.

황 씨는 "은행에 돈을 빌려보려고도 했고 다른 임대주택을 알아보려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사정이 이래도 막무가내로 나가야 한다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서민을 위한 주택에 서민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환호해맞이그린빌 2단지 아파트는

2007년 6월 입주를 시작한 환호해맞이그린빌 2단지(이하 환호해맞이)는 대지면적 2만1천244㎡, 연면적 7만8천523㎡에 727가구(모두 59㎡형) 규모로 지어졌다. LH공사에서 지어 5년 계약 공공임대주택으로 출발했으며 지난 7월 30일 계약이 만료돼 현재 일반분양 전환이 추진 중이다.

LH공사에 따르면 건립 당시 평균 주택가격은 택지비 1천974만4천667원, 건축비 9천615만3천333원 등을 모두 합해 1억1천589만8천원. 5년 뒤 LH공사는 감가상각비(사용횟수나 노후화된 정도를 비용으로 산출해 생산원가에서 뺀 금액) 등을 반영한 감정평가를 통해 평균 1억600여만원을 분양가격으로 공시했다.

◆갈 곳 없는 주민들 '분양가격 내려라' 하소연

주민들은 LH공사의 분양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감정평가의 기준이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환호해맞이 2단지 아파트의 건축단가가 자재와 시설면에서 월등한 인근 1단지 아파트보다 훨씬 더 높게 책정된 것은 고의적으로 분양가를 높이려고 무리하게 비용을 산출한 결과라는 것이다. 2단지보다 겨우 1년 앞서 지어진 1단지 아파트는 59㎡형이 평균 8천524만원(평균 건축단가 6천549만5천333원)으로 일반 분양됐다. 주민들로선 두 단지의 완공시점이 1년 차이에 불과한데도 분양가격이 무려 2천여만원이 높은 것으로 나와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지난 8월부터 감정평가에 대한 이의서 및 탄원서를 포항시와 LH공사 등에 제출하고 '분양가격 재협의를 위한 동의서명서'를 이어가고 있다. 서명서에는 15일 현재 전체 입주가구(708가구'미입주 19가구)의 약 91%인 총 650가구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대위 홍승복 사무국장은 "LH공사가 건설원가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감정가격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투기세력에 의한 일시적인 가격상승과 부적절한 비교 대상물을 갖고 평가된 것"이라며 "우리 아파트는 생활보호대상자 등 저소득층이 주거하는 곳이다. LH공사가 높은 분양가를 고집하면 모든 입주자들이 다른 지역이나 셋방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LH공사 '절차대로 하겠다'

주민들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LH공사의 입장은 분명하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2차 감정평가를 실시하되 분양가격은 철저히 감정평가 결과를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LH공사는 지난 8월 17일 분양전환 연기를 결정하고 포항시에 재감정평가 업체 선정을 의뢰했으며 이달 중순부터 2차 감정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LH공사 임대공금운영부 김영수 차장은 "자재비 등 건축원가에 따른 감정을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1차 역시 외부 업체에 의한 감정평가였다.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며 "임대주택법에 따라 처음부터 5년간 공공임대로 계약했고 지금은 이의신청이 진행 중일 뿐 결국엔 절차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서민 지원을 위해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이 주어진다. 이 밖에도 기존 임차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재감정평가 결과는

감정평가가 다시 진행된다고 해도 주민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가격하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들은 7천만원대의 분양가가 책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비슷한 사례나 판례를 살펴보면 재감정평가에서 큰 폭의 가격하락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서 영구임대주택을 늘리거나 토지를 국가에서 대신 매입해주는 방식의 '반값 아파트' 정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포항대학 세무부동산계열 안병국 교수는 "통상적으로 2차 감정평가 금액은 1차에 비해 아무리 커도 10% 이상 편차가 나기 어렵다. 특히 요즘은 소형 평수가 부동산 시장에서 워낙 강세라 이 경우 표준공시가격 자체가 떨어지거나 시공사인 LH공사가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한 가격하락은 불가능하다"면서 "처음부터 서민들의 평생 주거를 책임질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을 지어야지 기간제 임대주택은 도움이 안 된다. 토지를 국가에서 매입 및 소유하고 건축비만 분양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된다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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