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불황을 이기고 미래를 준비하는 '댐' 경영

기업 경영을 비유하는 말 중에 '삶은 개구리 신드롬(비전상실증후군'Boiling Frog Syndrome)'이 있다. 개구리를 삶을 때 펄펄 끓는 물에 곧바로 넣으려 하면 개구리가 물 가까이 가자마자 놀라 달아나지만 처음에 미지근한 물에 넣으면 개구리는 아주 기분 좋게 헤엄을 친다.

여기에 불을 지펴 서서히 물을 데우면 개구리는 자신이 죽게 될 줄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삶겨 버리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유로존 위기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여건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오랫동안 저성장 기조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발표한 '2060년까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도 향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1%로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앞으로의 경제상황 역시 마치 개구리를 서서히 삶아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장기불황을 넘어 저성장 구도 속에서 우리가 개구리처럼 인식을 재빨리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불황 대처 방안으로 '댐'경영을 이야기 싶다. 어릴 적 고향 마을에는 댐이 하나 있었다. 우리 집이 있는 윗마을엔 천수답만 있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으면 곧잘 흉년이 들었다. 그러나 2.5㎞ 떨어진 아랫동네엔 댐이 있었고 늘 풍년이었다.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가두었다가 가뭄이 들 땐 그 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11월 중순쯤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남겨두고도 경기는 좋지 않았다. 정부는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니 괜찮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설마 큰일이야 있겠냐며 위기를 체감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대만 출장 중이었는데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가 대만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환율이 달러당 950원에서 1천900원까지 치솟았고, 주식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거래처 부도 소식이 연일 들려왔다. 1998년 1월이 되자 매출이 50%로 떨어졌다. 참담하다 느낄 새도 없었다. 유산스(외화외상무역대금)로 구입한 상품대금을 환율이 올라 두 배로 갚아야 할 땐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전쟁터 같았다.

당시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적금과 예금을 꽤 가지고 있었다. 부도 어음이 연거푸 들어올 때면 적금을 해약해가며 도산 위기를 넘겨갔다. 어릴 적 부러워하던 아랫마을 사람들의 댐 방식을 사업에 적용했던 것이다. 정말 천만다행으로 마지막 적금통장을 열자 거래선 부도가 멈춰가고 있었다.

이후 2008년 미국 리먼 사태 때도 나만의 댐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자금뿐 아니라 회사일도 이 사람이 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도록 언제나 두 번째 안을 마련해 둔다. 위기를 겪으며 터득한 우리 회사만의 생존법이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는 IMF의 아픈 교훈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지난 5월부터 국내 경기는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필자의 업종인 산업공구에서 10, 11월은 가장 좋은 매출을 보이는 때이지만 이번엔 10월도 부진했고 11월도 부진할 전망이다.

이번 불황은 지난 두 번의 경우(IMF, 2008 리먼사태)와 조금 다르다. 아주 서서히 불황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그 그림자의 길이도 어느 때보다 길 것으로 보인다. 삶은 개구리 신드롬이 다시금 생각나는 순간이다.

이럴 때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겨나갈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개인, 특히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은 국민연금을 잘 들지 않는데 지금 힘들더라도 나중을 생각해 국민연금에 가입해둘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기업부채 뿐 아니라 가계부채까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올 경제 변화에 대비해 무엇보다 부채를 줄이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내부적으로 시스템 혁신을 해야 한다. 감원하고 임금을 줄이는 옛날 방식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문적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미래는 알 수 없다. 불황이 지속되다가도 언제 다시 좋아질지 모른다. 사업이란 대체로 내려가다 올라가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댐'을 만들어 놓으면 불황도 이기고 좋은 미래도 만들 수 있다.

독자들에게도 조심스레 묻고 싶다. '여러분들에겐 어떤 댐이 있습니까?' 불황과 저성장이라는 지루한 터널이지만 사전에 준비하면 어떤 위기도 이겨내 원하는 미래에 다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최영수/크레택책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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