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비운의 한국 최초 여배우 이월화

실비아 크리스텔. 7080 남성들의 달뜬 춘정(春情)을 사로잡았던 여우(女優)가 얼마 전 영면했다. 아홉 살 때 성폭행을 당했다. 배우로 성공했지만 '엠마뉴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번번이 연기 변신에 실패했다. 마약에 빠졌고 알코올 중독에도 시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파랑에 부대껴 온 그녀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예순이라는 아까운 나이에 가버리다니 한쪽 가슴이 휑하다.

한국 최초 여배우 이월화도 실비아 크리스텔 못지않게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 일제강점기 연극무대와 스크린을 누비며 이름을 날렸지만 29세의 나이로 요절해 많은 남성 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1921년 오늘 국내 최초의 영화 '월하의 맹서'에 출연한 그는 당시 윤리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자유분방한 생활 때문에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남자 배우들과의 염문, 어느 부잣집 아들과의 상하이 도피 등 스캔들이 겹치면서 무대를 떠났다. 상하이로 건너가 댄서가 됐고 돌아와서는 기생이 돼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스크린 뒤편, 시공을 넘어선 그들의 삶은 어두웠지만 영화를 향한 열정만은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다.

화려한 레드 카펫 위를 걸어가는 여배우들의 생애도 만만치만은 않은 것 같다.

배성훈 편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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