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촌·이모·언니' 우린 가슴으로 맺은 가족입니다

저소득층·다문화 멘토링…따뜻한 가족애·정 나눠

자원봉사와 기부를 통해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고 있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가족의 호칭으로 부르며 가족과 같은 따뜻함을 나누는 '뉴 패밀리(Family)'가 봉사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대구 서대구우체국 우정사회봉사단 내 직원 8명은 지난 6월부터 대구달서초교의 저소득가정 학생들과 1대1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직원들은 학생들에게 자신들을 '삼촌'이나 '이모'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 한자리에 모일 때마다 직원들을 '우체국 삼촌'이나 '이모'라고 부른다. 서부교육지원청을 통해 멘토링 대상을 소개받은 직원들은 비록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피보다 진한 가족사랑의 정을 느끼게 해 주겠다는 취지로 학생들에게 자신들을 이렇게 부르라고 했다.

'우체국 삼촌, 이모'와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야구 경기를 보러 가거나, 독서 토론회, 생일 이벤트를 열었다. 이달 10일에는 우체국 삼촌, 이모와 학생들이 대구 서구 비산동 북비산네거리에서 홀몸노인과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같이해 나눔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개별적으로 문자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락하며 정을 쌓아가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김모(12) 군은 "우체국 삼촌, 이모들과 함께 처음으로 야구경기도 직접 보고 만날 때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같이 놀 수 있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체국 이모인 배지은 서대구우체국 주임은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이제는 진짜 조카처럼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이모로 남겠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 원대동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은 서구제일복지관 내 다문화봉사단 회원들과 멘토링을 맺으며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부터 서구제일복지관에 한글 등을 배우러 온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원대동 새마을부녀회원들이 도움을 주던 것을 이제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봉사단체를 꾸리고 새마을부녀회와 멘토링을 맺어 서로 돕고 있다.

특히 서로 한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한 가족처럼 친밀감이 형성됐다. 다문화가정 여성이 출산을 하면 선물로 미역을 갖다주기도 하고, 서로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동네에서 만나 수다를 떨거나 고민을 상담하기도 한다.

원대동 새마을부녀회 박순애 회장은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 만들기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가족의 정을 알아가고 있다"며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한국 사람들이 가족처럼 대해준다는 사실에 '경험하기 힘든 걸 경험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와 새터민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며 '언니'오빠'가 돼 정을 쌓는 대학생들도 있다. 대구교대는 한국장학재단과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다문화 가정 자녀와 새터민 학생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구교대 학생 170여 명이 대구와 경북을 다니며 학습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1대1 과외 선생님이 돼 주고 있다.

대구교대 다문화교육센터 김의석 전임연구원은 "다문화가정 학생 중 학습 능력이 부진한 아이들을 예비 교사인 교대 학생들이 찾아가 공부도 가르쳐주고 상담도 해주고 있다"면서 "주말에 안동과 경주 등 먼 지역까지 찾아가 아이들의 언니, 오빠가 돼 주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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