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1년.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청와대 주인이 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는 컸다. 대선 과정에서 보수층 대결집과 예상치 못한 인물을 책임 국무총리에 앉히겠다는 승부수를 던지며 권좌에 올랐다. 국민들은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와 인재 등용에서만큼은 아버지처럼 사심 없이 일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감은 집권 1년 만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새누리당을 이끌고 있는 인사들은 오랫동안 박근혜를 지켜 온 이들이 차지했다. 곳곳에서 회전문식 인사가 반복됐다. 박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을 명분으로 호남권과 야성이 강한 이들을 일부 중용했지만 얼굴마담에 불과했다. 집권 세력들은 국민과의 소통은 멀리한 채 대통령 뜻만을 살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후보 시절 18조 원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대규모 원리금 탕감을 해주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라는 국민 반발에 부닥쳐 첫 단추조차 채우지 못했다.
대선 과정에서 몰매를 맞으며 개혁 대상이 된 재벌들은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기는 했지만 은밀하게 자신들의 영토를 야금야금 넓혀갔다. 재벌들은 성장 없인 일자리 창출도 없다며 정부의 각종 규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소상공인들은 길거리로 나가 청와대, 재벌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 1년.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노무현 사단'이 실권을 쥐고 정치를 쥐락펴락했다. 청와대 비서실과 정부 각 부처, 산하기관에 포진한 노무현 사단은 남북문제, 재벌 개혁 등 민감한 문제들을 그들만의 시각에서 과단성 있게 처결해 나갔다. 문재인 정부도 국민 시선을 의식해 얼굴마담들을 내세웠지만 노무현 사단의 실무 파워그룹이 결정한 사안은 어느 누구도 뒤집지 못했다.
남북 관계는 대화 통로가 재개됐지만 '감 내놔라, 돈 내놓아라'하며 온갖 요구와 간섭을 일삼는 북측의 놀림에 빠져 실질적인 진척은 전혀 없다.
800만 명의 비정규직을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은 임기 1년차에 30여만 명도 채우지 못했다. 대기업의 전면 순환출자 금지를 법제화하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면서 온 나라가 기득권층과 영세서민층으로 양분됐다. 이에 재벌들은 숨을 죽인 채 하루빨리 정권의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대구경북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남부권 신공항 건설 논의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부산 여론을 의식한 탓이다. 대선 과정에서 대구경북은 새누리당에 몰표를 주었고 수십 년 동안 특정 정당만을 짝사랑하면서 대구경북은 각 대선 후보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났다. 도망갈 리가 없는 집토끼는 대선 후 더 고립됐다. 대구경북의 현안은 내팽개침을 당했다.
안철수 대통령 1년.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이어 대선까지 거침없이 달려가 정치 초년생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역사를 썼다. 그러나 우왕좌왕하다 1년을 보냈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최종 당선됐지만 집권 여당과의 갈등은 더했다. 정치철학이 다르다 보니 사사건건 부닥쳤다. 안 정부는 여당을 멀리하려 했고, 여당은 이제 집권했으니 누릴 것만 누리면 된다는 식이었다. 안 대통령은 국회의원 감축, 중앙당 권한 축소 등 정치 쇄신을 시도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력이 없어 결국 헛공약이 됐다. 여당은 안 정부가 재벌 개혁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야당보다 더 매섭게 정부를 공격했다. 안 대통령이 재벌과 정부 덕에 기업을 일구고 기업을 잘 아는 상황이었으니 강단 있는 재벌 개혁은 힘들었으리라.
정치권의 재벌 개혁과는 별개로 2%대에 머문 경제성장과 글로벌 경제 위기가 더해져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내수와 수출 모두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국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제18대 대통령 취임 후 1년 뒤를 생각해 봤다. 대선 후보들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제 민주화, 복지, 교육, 남북 관계, 정치 혁신 등 여러 분야에서 공약을 내놨다. 정밀한 재원 뒷받침이 없는 장밋빛 공약으로 누가 되든 국민들은 1년 뒤 후회의 눈물을 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차선은 선택해야 한다. 어느 후보가 진정 국민을 위한, 국민의 편에서 일할 후보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구호가 아닌 실천과 소통으로 국민의 마음을 좀 더 살피고, 진정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후보를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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