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출신 초현실주의 작가, 세상에 알려지게 돼 기뻐"

'박광호 유작전' 마련한 대구문예회관 박민영 학예사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박민영 씨가 유작전에서 보여 줄 박광호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박민영 씨가 유작전에서 보여 줄 박광호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광호(1932~2000) 작가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초현실주의 작가입니다. 지금껏 묻혀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조명해야 하는 작가죠."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박민영 씨는 소장 작품을 정리하다가 우연찮게 박광호의 작품 세 점을 눈여겨보았다.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한 후 대구에서 오래 활동한 작가임에도 남아 있는 것이 이름 석 자밖에 없었다. 박 씨는 그때부터 박광호 작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거의 그룹 활동도 하지 않으셨고 많은 원로 작가들도 독특한 성격만 기억하셨어요. 당시로선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작품세계 때문에 교류를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는 물어물어 수소문하며 유족을 찾아 나섰고, 이력을 되짚어 동료 작가들을 만나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 75점을 모은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의 유족, 미국의 소장가 등에게 일일이 작품을 모았다.

박광호 작가가 1950년대 쓴 자작시도 낡은 원고지 그대로 발견했다.

박 씨는 대구미술관이 생기기 전까지 대구지역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유일한 큐레이터였다. 박 씨는 2006년부터 작고작가를 발굴해 조명하고 있다. 2006년 장석수, 2008년 박현기, 2011년 김수명에 이르기까지. 대구미술관이 없던 시절 미술관의 아카이브 역할까지 홀로 담당하고 있었던 것.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현대미술가 박현기의 전시다.

"시골집에 오래 보관되었던 자료들을 펼쳐보는데, 엄청난 분량이었어요. 수십 년 된 비디오 자료를 일일이 디지털화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데만 몇 개월이 걸렸죠. 전시된 것은 18점에 불과하지만 수개월간 매달렸던 작가에요."

이번 박광호 전시 역시 보람이 크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초현실주의 작가의 발견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작가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은 큐레이터로서 큰 희열이다. 보여지는 결과물은 전시장에 걸린 작품이 전부지만 그 뒤에 끈질긴 연구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역 미술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어요. 우리 스스로 대표선수를 만들고, 그들을 조명할 때 축적된 힘이 나오죠. 이번 전시 역시 꼭 눈여겨보셨으면 해요. 우리에게도 한국 미술사에 없던 작가가 있는 셈이니까요."

박광호 유작전은 14~25일 대구문화예술회관 6~8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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