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 저상버스 이용, 누구 말이 맞나

휠체어 이용 1달에 1명 vs '자주 안 오니 안 타지…'

15일 오전 대구시내 한 버스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저상버스에서 하차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5일 오전 대구시내 한 버스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저상버스에서 하차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법에 따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저상버스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의 이용 횟수가 크게 낮은 것. 장애인단체들은 저상버스 확보율이 낮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구시는 예산 확보를 이유로 내년까지 200대 남짓한 저상버스만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이용률 낮은 저상버스=교통약자 이동 편의를 위해 2004년부터 대구시가 도입한 저상버스는 지난달 기준으로 161대다. 대구시 전체 버스 1천561대의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집계한 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률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지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2개월간 대구시내에서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56개 노선을 대상으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저상버스 1대당 하루 0.042명의 장애인을 태웠다고 밝혔다. 25일에 1명 정도의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난 노선은 '808번' 버스. 808번 저상버스가 이용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장애인 학생이 많은 대구대를 거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노선에는 하루 3대씩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2개월 동안 총 128명이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명 남짓이다. 저상버스를 하루 7대씩 운행하고 있는 '북구 2번'의 경우 35명에 그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버스 운행 기사들이 비공식적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정확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며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이용률이 떨어지긴 하지만 교통약자에는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저상버스 도입이 확대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문기관이 조사한 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률도 대구시가 내놓은 결과와 비슷했다. 국토해양부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20일간 서울시 저상버스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총 탑승객 8천452명 중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고령자, 어린이, 유아동반자, 임산부, 장애인의 이용률은 15.5%에 그쳤다. 특히 이 중 장애인의 이용률은 0.5%(6명)로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보부터 해야 이용률 높아질 것=장애인단체들은 현재 수준의 저상버스 확보는 이용에 큰 도움이 못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예산 타령으로 대구시가 저상버스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시는 내년도 저상버스 40대 정도를 마련할 수 있는 예산 편성 수준에 그치면서 장애인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지역 장애인단체들은 지난달 23일 대구시가 수립 중인 '2차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 계획'이 부실하다며 대구시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대구시도 관련 조례에 따라 전체 버스 운행 대수의 50%(781대)를 저상버스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저상버스 가격이 1대당 2억원에 이르는 등 예산 확보가 간단치 않아 저상버스 50% 확보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의관 대구시 대중교통과장은 "버스업체가 1억원을 내고 국비와 시비로 1억원을 지원해 저상버스를 확보하고 있다"며 "버스 가격이 비싸 단기간에 저상버스를 목표한 만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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