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전 위조 부품이 진품과 성능이 같다니

원전에 불량 부품이 대량 사용된 것과 관련, 한수원 울진본부에 조사를 나온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안전위)의 민관 합동조사단이 "위품과 정품이 성능에 차이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안전위 합동조사단이 13일 울진원전에서 울진군의원 5명과 간담회를 갖던 중 김중호 안전위 울진사무소장이 "위조 품질보증서의 부품과 정상적인 품질보증서가 있는 부품이 품질 면에서 똑같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김 소장은 자리를 함께했던 군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사과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과로 그칠 일만은 아니다. 안전위는 원전 안전 관리를 독립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이런 기관 관계자가 조사에 나서며 이런 시각을 드러냈다면 조사는 하나마나다. 특히 아직 부품의 안전성 등에 대한 정밀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다. 조사단원이 미리 위조와 정품의 부품 품질이 동일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번에 품질 검증서를 위조한 업체들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9년 동안 237개 품목, 7천682개 부품을 원전에 공급해왔음에도 단 한 차례도 적발된 적이 없다. 오히려 위조 부품 사용이 들통나자 한수원은 문제가 된 제품이 퓨즈, 스위치와 같은 일반 범용 제품이어서 안전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발뺌하기에 바빴다.

최근 수년간 원전은 잦은 고장을 일으켜 국민들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혹시라도 잦은 원전 고장이 불량 부품 탓이라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조사단조차 한수원 편들기에 나서게 되면 문제를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 올바른 해결책을 내놓기도 어렵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안전위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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