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을 보는 이유

생산적 여가활동…삶에 대한 성찰과 즐거움 추구

사람들이 연극을 보는 이유와 연극을 보아야 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연극을 보아야 하는 이유는 연극의 생산자인 배우, 연출가, 극작가 등 주로 연극제작진의 입장인 반면에 연극을 보는 이유는 연극의 소비자인 관객의 입장에서 접근해 설명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연극 생산자인 예술가들은 연극의 예술성이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기 때문에 반드시 연극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연극에는 학교 교육을 통해 가르쳐 주지 못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꼭 필요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교육적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육적 목적을 위해 연극을 관람하는 등의 특별한 사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자신이 원해서 연극을 보러 간다. 그리고 그 이유는 예술성이나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라고 할 수 없다. 오늘날의 관객들이 연극을 보러 가는 주된 이유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관객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예나 지금이나 연극을 보는 이유는 주로 여가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을 예술생산이나 소비에 이용해왔다. 예술생산 중에서도 자신이 하는 주된 일 이외에 틈틈이 시간을 내서 예술생산에 할애한다면 취미생활이 될 것이지만 그 일이 자신의 주된 일로 생계활동까지 그것으로 책임져야 하는 직업이 된다면 예술가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생산된 예술을 보고 즐기는 입장이라면 예술소비자라고 불리는 독자나 관객 등이 되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예술생산자와 마찬가지로 예술소비자 또한 자신이 좋아서 그러한 행동을 한다.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 억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예술을 소비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연극을 보는 관객의 입장이다.

사람들이 연극을 보는 이유는 즐거움 때문이다. 연극의 내용이 꼭 즐거운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슬픈 이야기를 보더라도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면 연극을 보고 난 후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이러한 전문적인 개념을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다. 예술소비자인 관객들은 연극의 재미와 즐거움 때문에 연극을 본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을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 가치의 기준은 의미가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재미와 즐거움은 흔히 오락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여가시간을 오락을 위해 활용한다. 물론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오락이 있다. 전자게임을 할 수 있는 오락실, 게임방을 비롯하여 노래방, 당구장, 야구장 등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무수히 많다. 그리고 연극과 영화 등을 즐길 수 있는 극장도 그러한 공간에 포함된다.

물론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서 선호하는 오락은 다르다. 하지만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단순한 오락에서 벗어나 생산적이며 교육적인 오락이 무엇인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왕이면 조금 더 건강한 오락으로 자신의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부터 다시 연극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의 오락성이 사람들이 연극을 보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오락성만을 생각한다면 영화나 운동경기를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연극을 보는 이유는 운동경기에서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배우와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도 이러한 요소가 있지만 그것은 화면에 담겨 변하지 않는 이미지에 불과하고 연극은 운동경기처럼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직접적인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

또한 극장에 입장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대 위의 이야기를 보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환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은 지금 보고 있는 연극이 살아있는 현실이라고 서로 약속하며 직접 다른 사람의 삶을 지켜보게 되는 것, 이런 환상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연극을 보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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