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사냥견들의 몸풀기

수렵의 계절이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4개월간 수렵이 허가된다. 그 외 8개월 동안은 사냥개의 활동은 거의 없다. 아파트나 연립주택, 또는 주거가 밀집한 주택가에는 덩치가 큰 사냥개를 사육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래서 비사냥철 8개월은 전문적으로 엽견을 사육하는 곳에 위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위탁사육을 하다가 보니 사냥철이 되었을 때 주인이 누구인지 혼동이 오는가 하면 갑자기 힘든 사냥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이런 경우 사냥견이 주인과 교감이 잘되지 않아 종종 문제가 생긴다.

특히 저혈당증이 잘 일어난다. 여름철 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가두어 키우다가 갑자기 겨울 사냥 시즌에 준비나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바로 사냥에 뛰어들 경우, 골격근에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가 모두 소비되어 사냥 첫날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름 내내 우리에 가두어져 있다가 산이나 들판에 뛰면서 기분이 좋다보니 체력이 고갈되는 줄 모르고 과도한 활동으로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음 사냥을 시작하는 일 주일은 사탕이나 빵을 가지고 있다가 개가 사냥물을 물고 왔을 때 빵을 주면 도움이 된다. 그러면 주인에 대한 감사로 더 열심히 사냥을 한다.

엽사들은 사냥을 가기 전에 1개월 전부터는 사냥개와 같이 생활을 하면서 가벼운 운동과 함께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는 예절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런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냥개가 혼란이 와서 꿩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다주는 경우도 생긴다.

수렵철이 되면 사고로 내원하는 사냥견이 많다. 대부분 엽사들의 오발사고에 의한 것이다. 요즈음에는 투시방사선촬영기를 이용해 수술함으로써 예후가 좋고 탄환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사고에 의한 골절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수렵견이 사냥물을 쫓아 도로를 가로질러 달릴 때 자동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차에 부딪히는 경우이다. 또 가파른 골짜기를 달리다가 넘어지는 경우에 골절이 일어난다. 사냥개가 가장 크게 다치는 것은 멧돼지 사냥 시에 송곳니에 찔리거나 받혀서 장기가 밖으로 나오는 개방창을 당하는 경우다. 가슴에 찔려 폐손상을 받는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런 경우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못하다.

또한 가시풀씨들이 하안검 안쪽에 들어가서 결막염과 각막손상까지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가시풀은 날카로워 피부를 뚫고 들어가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경험이 많은 엽사는 하루 사냥을 마친 후 사냥개를 재우기 전에 개의 몸을 잘 쓰다듬어 주면서 눈 안쪽을 확인해 풀씨를 제거해준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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