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고인돌 이야기

홍상탁(대구예술대 교수
홍상탁(대구예술대 교수'디지털사진문화연구소 소장)

"동녘 저편에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리라~. 세월이 오가는 길목에 서서 천년바위 되리~라!"

'천년바위'라는 노래다. 언제부터인가 애잔한 한(恨) 서린 소리가 가슴 한쪽을 저리게 하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내 노랫소리로 무장(?) 되어졌다.

20여 년 전, 필름 사진에서 디지털 사진으로 전환되면서 작업의 방향을 두고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당시 우리 한국적 정서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작업에 몰두해왔던 나는, 다음 디지털시대 사진의 좌표를 제시해야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 결국 필름사진들을 디지털작업을 거쳐 '디지털 이미지의 몸과 아날로그 정신의 만남'이라는 전시를 하게 되면서, 우리 문화유산에 빠져들게 됐다. 그리고 나의 사진문화기행 회원들과 선사시대 유적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촬영 기행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전남 화순군 보검재에는 핑매바위 고인돌이 있다. 이곳은 마고할미가 운주골에서 천불 천탑을 모은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마폭에 돌을 싸가지고 가던 중, 닭 울음소리에 탑을 다 쌓은 줄 알고 그만 돌을 두고 가버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 핑매바위 위쪽에 구멍이 하나 있는데 왼손으로 돌을 던져 그 구멍에 돌이 들어가면 아들을 낳고, 들어가지 않으면 딸을 낳는다는 설화도 전해내려와 이 고인돌 바위 위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던진 돌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경기 강화, 전북 고창, 전남 화순, 이 세 곳은 고인돌이 집단적으로 온전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청동기시대의 유물로 세계에서 보기 드문 우리 고대문화 유적이다.

고창군 죽림리 집 뒷마당에 개선문처럼 버티고 서 있는 집채만 한 고인돌(북방식, 탁자식)을 보는 순간, 숨 쉴 틈도 없이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면서 시작한 고인돌과의 만남은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밤하늘의 별자리도 넣었고, 하늘 따라 태양을 쫓으면서, 바람의 흔적도 채워갔다.

빼어난 조형미를 갖추고 있는 강화 부근리 고인돌은 바람 세월도 비켜가버린 듯 고고한 기품을 품고 있는데, 마치 우리에게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거창을 돌아 의성에서, 밀양을 거쳐, 경산, 청도까지, 그렇게 우리는 생명을 불어넣었고 결과는 행복하고 멋진 사진첩을 만들게 되었다

대구에도 고인돌이 있다. 화원교도소 한쪽에, 절 담벼락에도 묻혀 있다. 도시개발과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어느 국립대학 또는 문화예술회관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 사진으로 풀어갈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대구에 있는 고인돌은 고인돌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바위일 뿐 고인돌이 아니었다.

홍상탁(대구예술대 교수'디지털사진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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