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동리문학상을 수상하신 것을 축하한다.
▶여러 가지 걱정되는 바가 없진 않지만 위안도 된다. 또 하나, 동리 선생의 문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만하다. 문득 생각해 보면 이상하게 내가 그분이 한 짓을 많이 따라하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해방 직후 완전히 벌걸 때(문단 내에서 좌파 문학이 성행하던 풍조를 지적) 혼자서 단체를 만들어 논쟁을 벌이고 했다.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난 10년을 되돌아 보면 정말 나 혼자였다는 기분이 든다. 지금 문학에 요구되는 가치라는 것도 이데올로기적으로 말하지 않고 그냥 태도만 갖고 따지더라도 '휴머니즘에 바탕한 인간성 옹호'라는 주제는 우리 문단에서 구닥다리로 취급되고 있다. 민중과 민족이 앞선다.
동리 선생의 인간성을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두고 활동을 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현재의 상태에 대한 '대증요법' 같은 것이다.
오늘날의 문학을 단순하게 보수와 진보로 가른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기괴하게 (한쪽으로)치우쳐 있다. 선거에서 투표를 하면 인기가 없다고 해도 아직도 보수파는 40%는 된다. 저쪽이 40%, 중간이 20%다. 그런데 문단에서 보수를 말하거나 보수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10%가 안 된다. 나밖에 없다. 말하지 않는 보수세력의 숫자도 많지 않다. 일반 국민의 정치적 성향이 6대 4 정도라면 문단에서도 6대 4는 돼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보수는 1대 9로 열세다. 우리 문단이 탈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저쪽을 도와주는 것과 똑같다.
-연재하던 김유신 소재 소설은 왜 중단했나.
▶모든 게 '흥'이 있어야 하는데 흥이 사라졌다. '대왕, 떠나시다'에서 두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하나가 통합이다. 통일신라는 우리가 최초로 경험한 통합이었다. 신라 통합 구조가 천 년 이상 이어지다가 처음에는 남북으로 깨졌고 지금은 동서로 깨지고 이런 식으로 됐다. 그래서 통합의 개념을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신라에 대한 해석이 현재의 정치, 이데올로기와 맞물리면서 고약하게 됐다. 대부분 젊은이들은 신라통일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를 '남북국' 시대로 본다. 발해가 있어서 남쪽만 통일한 것으로 본다. 반도통일은 고려 때로 본다. 고려 때 발해가 망하면서 비로소 반도 통일이 이뤄지면서 고조선에서 부여'고려'조선으로, 이어 북한으로 (정통성이) 가는 거다. 북한이 난데없이 단군묘를 크게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남쪽의 똑똑하고 진보적인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역사가 무엇인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최근에 생각해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흥이 사라졌다. 또 하나, 신라가 통일로 갈 때 여왕이 두 번 나왔다. 그것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여왕이 등장한 특수한 어떤 역사적 상황이 오히려 김춘추가 등장하는 길을 터줬을 뿐 아니라 융합체제로서 삼국통일의 기초로 기능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대선을 앞둔 시기에 그런 여왕론은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것 외의 다른 이유는 없는가.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나한테도 많은 세월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쓰고자 하는 것은 많지만 다 쓸 수가 없다. 지금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정작 쓰고 싶은 것을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당장 듣겠다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진짜 필요하고 듣고 싶어하는 것을 쓰지 못한다면 굉장히 후회할 것 같았다. 독자들이 듣고 싶어하거나 들으면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지금 준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1980년대 이야기다. 80년대는 오늘을 만든 시대다. 어머니 같은 시대다. 그 시대의 여러 가지가 오늘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만들었다. 80년대를 이야기하면서 그 한가운데에 있었던 내 삶도 한 번 돌아보고 상당한 절실함도 있고 필요도 하고 직접 목격하고, 남에게 취재할 필요도 없는 그런 것을 먼저 쓰려고 한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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