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조성에다 소통을 목적으로 허물었던 학교와 아파트 담장이 '부활'하고 있다. 어린이'여성 등 사회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는데다 안전사고'불법 주차 등이 기승을 부림에 따라 사라졌던 담장이 새로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예산낭비 논란도 있지만, 안전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담장 다시 쌓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담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초등학교 3년생 손자를 둔 이모(63'여'대구 중구 봉산동) 씨는 학교로 손자를 데리러 가는 길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 마중 가는 길에서 마주친 초등학교 안 꽃과 나무를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2006년 대구초교를 둘러싸고 있던 담장을 허문 뒤 화단을 만들고 벤치를 설치해 공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올 9월 담장을 허문 자리에 어른 키 높이의 하얀색 울타리와 교문이 다시 들어섰다. 이 씨는 "학교를 둘러싸고 있던 담장이 없어지고 넓은 동네 공원이 생긴 것만 같아 좋았는데 다시 울타리가 생겨 아쉽다"고 했다.
대구초교에 담장이 다시 생긴 것은 학교 안으로 들어온 외부인이 학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김상연(50) 씨는 "담장을 없앤 뒤 학교가 학교 같지 않아졌다. 운동장에 아이들이 있는데도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먹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천모(13'대구 중구 완전동) 학생은 "담장이 없었을 때는 아침에 학교에 오면 꽃은 짓밟혀 있고 운동장에 쓰레기가 넘쳐났다"고 말했다.
대구초교 신경화 교장은 "수업 도중에도 운동장에 외부인이 들어와 수업을 방해했다"며 "담장 허물기는 학교와 주민을 가로막던 벽을 터고 학교를 주민과 공유하자는 좋은 의도였지만 아이들 안전을 생각하면 담장을 다시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학교 안 공원을 만들기 위해 허물었던 학교 담장이 다시 세워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2년부터 8년간 45개 초'중'고교의 담장을 허물었다. 담장을 허문 공간에는 꽃과 나무를 심어 주민들이 언제든 학교를 드나드는 도심 속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담장이 없어진 학교는 외부인 통제가 어려워지면서 각종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에만 방화와 폭력, 시설물 파괴, 도난 등 외부인 침입으로 인한 사고가 7건 발생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는 등 담장을 없앤 학교가 우범지대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담장을 다시 세우거나 희망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담장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38개교가 담장을 쌓았고, 내년에는 7개교가 복원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운동장 이용이 제한돼 아쉽지만 필요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민 전독주(57'여) 씨는 "주민들에게 개방됐던 공간이 다시 막혀 아쉬움은 있지만 아이들 안전을 생각하면 담장을 쌓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처음부터 이런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하고 사업을 강행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허문 담장을 복원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2009년까지 45개교 담장을 허무는데 48억원을 들였다. 하지만 이미 담장을 세운 38개교에 최소 15억원의 돈이 들었으며, 내년에 예정된 7개교 담장을 쌓는 데는 2억8천900만원이 든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담장을 허물어 주민과 학교 모두에게 좋게 만들자는 취지였지만 학생 안전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무리해서라도 담장을 다시 쌓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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