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지역소비운동] 강진에 쑥대밭 고베市 경제 다시 일으켜세운 '효자 생협'

<5> 日 '코프고베'

일본 고베시 '코프고베'는 지역의 아픔까지 보듬는 지역친화적 생협이다.

1995년 1월 17일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는 일본 지진관측 사상 가장 강도가 높은 리히터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6천여 명의 사망자와 1천4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내며 무너진 고베를 되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보다 먼저 움직인 곳이 있다. 바로 코프고베다.

당시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가가 치솟았지만 코프고베는 원래 가격대로 판매했고 또 사망자를 위해 조립식관을 만들며 임시유해 안치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고베시민에게 코프고베는 어려운 상황을 함께 하는 동반자였다.

90년 역사의 코프고베는 효고현 지역경제의 중심이다. 170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보유하고 백화점 형태의 대규모 매장과 편의점식의 미니 매장까지 164개의 점포에다 1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 환경까지 생각하며 지역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는 지역친화적 생협이다.

◆고베시를 먹여살리는 고베코프

1921년 사회운동가 카가와 토요히코(賀川 豊彦)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코프고베는 2012년 기준 조합원 167만명의 거대 생협으로 성장했다. 효고현 소매 유통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고베시에 164개의 점포를 꾸려 동네마다 코프고베 매장을 찾아볼 수 있다.

코프고베의 위력은 백화점처럼 각종 생활잡화, 의류, 식료품 등을 모두 판매하는 대형소매점 GMS(General Merchandising Store)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고베시의 JR스미요시역과 연결된 GMS 시어(seer)는 4층 건물 전체가 코프고베의 매장이다. GMS 시어에서 자주 쇼핑을 즐긴다는 조합원 사카모토 유이치(41) 씨는 "집 근처에 슈퍼마켓형 코프고베 매장이 있지만 의류나 생활용품 등을 구입할 때는 시어를 찾는다"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물건도 믿을만하고 조합원이면 할인이나 적립이 많이 돼 돈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코프고베는 조합원들에게 단순한 쇼핑시설이 아니다. 조합원 간의 연대를 중시하고 지역사회를 응집시키는 역할도 한다. 코프고베의 매장에는 다른 일반 유통업체와는 다른 시설이 하나 있다. 조합원 집회실이다. 지역코프위원회가 조직돼 집회실에서 각종 매장 관련 회의를 한 달에 한 번가량 한다. 집회실은 또 조합원들의 동아리 활동 장소로도 제공한다. 코프고베에는 요리교실, 합창단 등 1천여 개가 넘는 동아리인 코프써클이 있고 1만여 명의 조합원이 코프써클 활동을 하고 있다.

육아 코프써클에 가입한 니시지마 아키씨는 "함께 아이를 기르는 친구들을 만나 육아 고민과 지식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며 "코프고베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고베 사람들에게 쇼핑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환경'문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코프고베는 창립 당시부터 자체 생산 시스템을 갖춰 왔다. 된장과 간장으로 시작한 생산품은 콥스(coops)라는 자체 브랜드로 발전해 빵'두부'낫토 등 500여 개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코프고베가 자체 생산을 시작한 것은 조합원을 위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경제 성과 함께 환경에 대한 배려도 자체 브랜드 개발을 고집하는 이유가 됐다.

코프고베의 상근이사 야마조에 레이코 씨는 "우리가 만들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과 안정성까지 세심하게 신경 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조합원들도 콥스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코프고베의 환경에 대한 배려는 콥스의 제품을 만드는 '롯코아일랜드 식품공장'에서 잘 드러난다. 환경인증( ISO14001)을 취득한 이 식품 공장은 식료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한다. 실제로 공장에서 나오는 90% 이상의 음식물쓰레기를 바이오 연료로 만들어 공장에서 재활용하고 있다.

코프고베가 출자한 '미즈호협동농원'은 에코팜(생태농장)으로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농원 옆에는 코프고베가 직영하는 퇴비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장에서 나오는 각종 유기물 자원을 활용해 퇴비를 만든다.

이런 환경 친화적 시설들은 아직은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코프고베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여기고 있다. 야마조에 이사는 "90년 역사를 이어온 코프고베는 조합원들과 함께 앞으로 90년을 생각하고 있다"며 "효고현 조합원들의 건강을 지키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프고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에 항상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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