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 파행을 보고 있는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 측의 셈법은 어떨까. 협상 테이블을 마주한 양측은 물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제3자의 생각이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이번 단일화 협상 보이콧을 선언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은 단일화 당사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안 후보도 25일 언론사 정치부장과의 간담회에서 "단일화 협상을 중단하게 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새정치의 모습을 바랐고,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차례 문 후보와 통화하면서도 그 부분을 지적했더니 문 후보가 잘 모르시기에, 그래서 우선 중요한 것은 사태를 (문 후보가) 직접 파악을 하고 거기에 따라서 적절하게 조치를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 측 조용경 국민소통자문단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우리 캠프 내에서 가장 불만인 것은 민주당이 우리가 강조하고 있는 새 정치, 새로운 정치혁신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라며 "야권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 같다. 결과에만 함몰돼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변하지 않는다면 단일화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그동안 안 후보가 제안한 것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오해하는 부분은 협상장에서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16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안 후보 측이 문제삼는 '안철수 양보론' 발언 논란 등은 사적인 발언이 돌출된 것으로, 신중치 못했지만 협상을 중단시킬 상황까지 되느냐에 대해선 다시 생각할 여지가 있다"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가 없어 난감하다"며 협상장에서 이를 풀 것을 요청했다.
또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직접 사과를 하는 등 '마지막 수단'까지 동원하는 진심을 보인 만큼 안 후보 측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16일 한 라디오에 나와 "후보등록 전 단일화 약속을 못 지키면 두 후보 다 국민 앞에 설 자격이 없다"며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노력하겠다. '밀당'(밀고 당기기)이 있지만 빨리 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단일화 파행을 지켜보고 있는 여권은 "결국 아름다운 화해로 포장해 국민을 기만하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측 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름다운 화해'라는 껍데기로 포장해서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려는 시도"라며 "어차피 단일화를 할거면서 (극적 효과를 높이려) 시간을 끌지 말고 하루빨리 협상을 재개해 후보를 결정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그간 여러 차례 '안 후보가 민주당의 재집권 구도에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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