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민주통합당 내부 개혁을 단일화 협상 재개 조건으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제시하면서다. 단일화 협상 중단 사태가 사흘째를 맞으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은 더욱 출렁일 전망이다.
안 후보는 16일 오전 서울 공평동 캠프 기자실에서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와 민주당이 국민이 요구하는 새정치, 새로운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면 다시 만나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치쇄신 의지를 걸고 '조건부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 후보가 14, 15일 양일간 두 차례나 직접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지만 안 후보가 거부 의사를 밝힌데다 16일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초심에 대한 본심'을 밝히면서 야권 단일화 파행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정치권에선 '이대로 깨지는가'와 '정치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따라서 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연말 대선 정국도 야권의 협상 파행으로 판이 흔들리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당 혁신 의지를 보여줄 때에만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11총선의 패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실망과 상처를 더 이상 남겨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당 혁신 과정을 즉각 실천에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께서 직접 나서셔서 낡은 사고,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어주시기를 바란다"며 "국민은 진정하게 하나 되는 단일화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또 문 후보를 직접 겨냥해 "단일화 과정에서 나타난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문 후보도 같은 뜻을 갖고 확고한 당 개혁에 실천으로 옮긴다면 다시 만나겠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을 경우 단일화라는 약속을 깰 수 있다는 의지를 안 후보 본인이 직접 피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문 후보는 15일 "앞으로 이런 일(안 후보 쪽에 불쾌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14, 15일 두 번 안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했다"면서 다시 단일화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 캠프 측도 후보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한 것 이상으로 어떤 후속 대처를 내놓을 수 있느냐는 분위기다. 후보가 두 차례나 사과를 했으면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내놨다는 것이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문 후보 본인의 사과 표명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가장 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계속 얘기하고 있는 후속조치는 이목희 기획본부장, 백원우 전 정무특보, 김기식 단일화방식협의팀원, 우상호 공보단장 등의 4명을 자르는 것"이라는 주문까지 나오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문 후보 측 선대위원장 10명의 공동사퇴라는 강력한 후속조치도 거론되는 등 단일화 협상이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양측 실무진이 긴밀하게 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주중에 풀리느냐, 깨지느냐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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