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국·배달국시대 빠졌다" 9천년 한민족사…환단고기(桓檀古記)

환단고기(桓檀古記)/안경전 역주(譯註)/상생출판 펴냄

한민족의 역사를 반만년이 아닌 9천 년이라고 하면 누군가 말할 것이다. '턱도 없는 얘기를 지어내냐?' 이런 핀잔을 듣기에 딱 좋게 온 국민이 정규 역사교육을 받아왔다. 고조선 건국(BC 2333년)을 기점으로 삼아 단군을 우리 민족의 첫 조상으로 얘기하는 것이 통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단고기'를 접하고 나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진다. '아, 우리 민족의 첫 역사는 BC 7197년에 시작됐구나!'

'환단고기'는 우리 민족의 기원인 뿌리역사 삼성조 시대를 환국(BC 7197∼3897년, 7대 환인), 배달(BC 3897∼2333년, 18대 환웅), 고조선(BC 2333∼238년)으로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후 북부여-고구려-발해-고려-조선-대한민국 임시정부-대한민국의 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역사 상식을 뒤집어엎는 '환단고기'는 이 때문에 사실 주류 사학계에서는 금기시되어왔다. 실제 이 고서는 동북아 한민족과 인류의 창세역사 그리고 원형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구촌 유일의 역사서'이자 상고시대 한민족의 나라 경영을 기록한 '통치법전'이자 '종교경전'이다.

'환단고기'는 우리 한민족, 나아가 인류의 첫 조상인 광명(光明)의 환족(桓族)이 어떻게 첫 역사를 열고 문명을 일구었는지 보여준다. 고종 황제가 명명한 '대한'이라는 국명도 고조선 시대에 초대 단군왕검이 삼신의 원리에 의해 나라를 진한(眞韓), 번한(番韓), 마한(馬韓)으로 나누어 다스린 삼한관경제(三韓管境制)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19세기 말 고종 황제가 '대한'이라는 새로운 국호를 선포한 것은 이 나라가 고조선의 삼한을 계승한 천자국이자 자주독립국으로 재탄생함을 천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에서는 '대한사관'이란 말을 '대한(大韓)의 눈'으로 역사와 문명을 살피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인류의 창세 민족인 환(대한)족이 지구에 첫 문명을 열었으며 그 문명이 동서의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세계 역사와 문명의 기원이 되었다'라는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관점이다. 온 인류를 한 뿌리에서 뻗어 나온 한겨레로 인식하는 사관이다.

하지만 이 '환단고기'에 대한 우리 역사학계의 시선은 냉엄하다. 기존 역사학을 신봉하며 강단에서 후학을 기르는 이들은 대개 '환단고기'가 전하는 역사의 진실을 배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 심어놓은 중화사관이나 일본이 이 땅에 박아놓은 식민사관의 관점에서 '환단고기'를 대하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의 역사 현실에 대항해 '환단고기'의 역주자인 안경전은 구사학과 신사학의 장점을 수용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한민족사와 인류사를 대한의 울타리로 묶어 큰 하나로 해석하는 대한사관의 보편적 시각으로 '환단고기'를 해석하는 데 30여 년간 심혈을 기울였다.

이 책의 해제 부분에는 ▷환단고기 원저자들의 신원 ▷일제하 계연수 선생과 독립지사들의 환단고기 발간 및 전수 경위 ▷환단고기가 갖는 중요성과 가치 ▷환단고기를 둘러싼 위서 논란의 실체 ▷삼신 및 신교 문화 해설 ▷환단고기가 제시하는 한민족과 인류의 미래 비전 등을 담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때 등장하는 국민 응원단 '붉은 악마'는 환단고기에서 특히 주목한 배달국의 14대 환웅인 '치우천왕'이다. '치우천왕'은 '환단고기' 외에도 '제왕연대' '규원사화' 등 우리 역사서에 언급돼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정사인 사마천의 '사기'와 '한서지리지' '상서' '운급헌원기' 등에도 실려 있다.

'환단고기'를 보면, 치우천왕은 BC 2706년에 42세의 나이로 환웅의 자리에 올라 BC 2598년까지 재위 109년 동안 동아시아 일대를 호령한 영웅이다. 이 거대한 한민족 창세 역사서가 발간됨을 기념해 대한역사찾기 범국민 운동본부는 이달 11일 대구 엑스코에서 '환단고기 북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1천344쪽, 3만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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