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둠 뚫는 티샷…시각장애인들 필드에 도전하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골프교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골프교실의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골프교실의 '에이스' 강호근(44'오른쪽) 씨가 조동형(28) 강사에게 스윙 지도를 받고 있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골프교실의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희망의 샷을 날리고 있다. 포항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골프교실의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희망의 샷을 날리고 있다. 포항'신동우기자

"위험하지 않냐구요? 아무런 장애물 없이 넓은 들판을 걷고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운동이 골프 말고 또 있을까요?"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포항시 남구 대도동) 옥상에서는 클럽(골프채) 헤드에 부딪치는 공의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진다. 이 복지관 골프교실에 다니고 있는 강호근(44) 씨는 2002년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실내조정과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잃지 않았다. 골프교실에서 그는 가장 깨끗한 폼을 자랑하며 '에이스'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처음 문을 연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골프교실은 처음 6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 총 10명의 시각장애인 골퍼들이 활동하고 있다.

강 씨는 "시각장애인들도 필드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국제대회에도 도전해 한국의 골프실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골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세계적으로는 1925년 미국에서 이미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2003년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각장애인 전용 골프시설을 갖춘 곳은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야외 골프시설이 유일하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재활팀 문경욱(32) 사회복지사는 "지역 대부분의 골프연습장을 찾아가도 시각장애인을 가르치겠다며 선뜻 나서는 강사가 없어 너무 힘들었다. 처음에는 가르칠 사람도, 배울 사람도 없어 마냥 놀릴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6개월 가까이 다닌 노력 끝에 김정은(37'여)'조동형(28) 강사를 만나 시각장애인 골프교실은 겨우 첫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조 강사는 "처음에는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도 시각장애인이셨는데 그분 생각이 들며 '의지를 꺾으면 안 된다'고 결심했다"면서 "가르치다보니 시각장애인들이 폼에 대한 집중력과 손 감각이 훨씬 뛰어나 놀랐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골프는 일반의 것과 조금 다르다. 벙커샷에서 일반인은 클럽을 바닥에 댈 수 없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허용된다. 특히 선수마다 붙는 도우미의 역할이 시각장애인 골프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이들은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공을 놓아주고, 지형을 설명하는 등 눈을 대신한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골프는 개인 경기가 아닌 '팀 플레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도우미들 역시 골프에 대한 지식이 많아야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전문 도우미가 없어 국제대회 진출에 장벽으로 작용한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이규성(49) 사무국장은 "지금은 자원봉사자들이 도우미를 해주고 있지만 대부분 골프를 잘 몰라 애를 먹는다. 도우미는 때로 복지사의 역할과 골프코치의 역할을 함께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며 "대한시각장애인골프협회 경북지부 설립을 추진해 전문 골퍼 양성과 도우미 모집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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