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어느 연못에 개구리들끼리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연일 이어지는 밍밍한 평온함도 따분하던 차에 들려오는 소문 하나. 이웃에는 훌륭한 왕을 뽑아서 일사불란하게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나라가 있단다.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대다가, 마침내 하늘에다 하소연하기로 했다. 하늘에서 떨어뜨려 준 듬직한 통나무 토막 하나. 과연 헤엄치다가 지칠 때면, 숱한 짐승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연못가로 굳이 나가지 않고도 쉴 수 있는 넉넉한 의지처가 돼 주었다. 점차 편안한 만큼 밋밋하고 싫증도 난 데다가, 이웃들이 자꾸 깔보는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났단다. 못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신을 조르고 졸라서, 드디어 우아하고도 우람한 황새 왕을 모시게 되었다. 평소 비웃음이나 던지던 이웃 개구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는 장밋빛 꿈은 깨어지고, 자기들을 먼저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두고두고 피눈물을 흘렸다는 이솝우화의 한 대목이다.
'왕이 되려던 사나이'(The Man Who Would Be King'1975)는 간절한 소망과 허황한 욕망이 어울려 빚어내는 우스꽝스러운 비극이자, 끔찍한 희극이다, 온갖 패악을 부리다가 쫓기는 신세가 된 날건달 두 명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아득한 산 너머에 있다는 낙원을 찾아 떠난다. 구사일생의 고비마다 맞닥뜨린 요행수를 신의 뜻이라고 우러러 받드는 주민들의 일방적인 믿음에 덩달아 겉바람이 나기 시작한다. 뜻밖에 찾아온 우연들이 점점 필연적인 신의 뜻으로 여겨지고, 이윽고 피할 수 없는 숙명과 엉뚱한 사명감으로까지 굳어진다. 넘칠 만큼 채웠으면 그칠 줄도 알자. 분에 넘치는 욕심은 언젠가 동티가 난다는 동료의 애끓는 충고도 소용없다. "신으로서의 본분을 벗어난 과욕이 아니라, 진짜 신이라도 된 양 행세하는 착각과 어리석음으로 스스로가 부른 비극이다." 파국을 앞둔 불길한 조짐들이 이어지자, 또 다른 동료가 한숨 섞어서 내뱉던 넋두리다.
안과 밖을 꼼꼼히 살피고, 앞과 뒤를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살아가는 이 자리가 남루하고 진저리난다고 마냥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이는 누군가? 자기가 먼저 속아 넘어가 애당초 하늘이 점지해 준 어마어마한 신이라고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또 누구인가? 그날은 하늘에서 진작 정해 놓은 거룩한 왕을 손꼽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땅 위에서 더불어 살아갈 대통령을 우리들의 손을 모아서 정하는 순간이다. 간곡한 소망이든 비루한 욕망이든, 바로 우리들의 맨 얼굴이 담겨질 것이다. 하늘조차도 스스로 돕는 자를 먼저 돕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자리에서 팥 거두는 법이다. 콩을 심든 팥을 뿌리든, 그날이 다가온다.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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