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은 전방시장(Before Market)과 후방시장(After Market)으로 구분된다. 전방시장은 완성차 업체가 자체 생산하지 않는 자동차 부품의 공급 시장으로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로 공급체인이 구성되어 있다. 후방시장은 차량이 출고되어 운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차량 부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자동차 튜닝업체, 소모성 및 정비용 부품 공급업체, 정비업체, 자동차보험회사, 주유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전방시장은 완성차업체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가 어려운 데 반해, 후방시장은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을 경우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전방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완성차업체가 공급받는 부품의 규모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까닭에 추산이 어렵다. 2011년 기준 653만 대를 판매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액이 121조원 수준이고, 당해에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자동차가 6천700만 대를 상회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그 규모가 1천조원 내외일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후방시장의 규모는 미국의 경우 AAIA(Automotive Aftermarket Industry Association)의 발표에 따르면, 부품의 경우에만 2010년 기준 314조원 내외의 규모이며, 매년 4% 내외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품업체들의 경우 글로벌시장에서의 후방시장에 대한 진출은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부품들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세계 5위의 현대-기아자동차와 같은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데에만 치중해 온 것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달 29일부터 개최된 세계 최대의 자동차 후방시장 부품 전시회인 AAPEX 2012 전시회에 참가한 2천100여 개의 업체 중 우리나라 기업은 불과 30여 개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 완성차업체의 세계적 위상에 비춰보면 초라하다. 우리나라 업체의 참여 저조 현상은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임에도 완성차 업체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면 270여 개의 중국 업체가 참여하여 자사 제품을 미국 및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마케팅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장면에서 미국의 자동차 부품 후방시장 공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게 되면서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부품업체가 도태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 단지 기우만은 아님을 확인하였다.
타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는 순간부터 물량 조절 등의 방법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 현재의 자동차 산업계의 거래 관행이 존속되는 한, 우리나라 부품업체가 독일의 보쉬, 프랑스의 발레오, 미국의 델파이와 같은 글로벌 부품업체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 반대가 된다면 축적된 기술을 활용하여 경쟁업체에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것을 묵인해 줌으로써 협력업체는 신기술 개발이나 습득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완성차업체에 보다 더 나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부품을 납품할 수 있어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을 통해 기존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타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제도 개선 못지않게 부품업체 대표들의 생각을 글로벌화하는 문제도 중요하고 시급하다. 사장들의 적극적 의지와 개입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부품 개발 투자를 진행할 수 없고, 모기업의 방해를 무릅쓰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들었던 지역의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대표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 같은 1차 협력업체는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보다 생산설비에 투자를 한 뒤, 완성차 업체에 매달리면 신규 물량을 확보하여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이상룡<경북대 교수·LINC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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