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구름의 산책

# 구름의 산책 -이현승

아빠 구름은 어떻게 울어?

나는 구름처럼 우르릉, 우르릉 꽝! 얼굴을 붉히며,

오리는?

나는 오리처럼 꽥꽥, 냄새나고,

돼지는?

나는 돼지처럼 꿀꿀, 배가 고파.

젖소는?

나는 젖소처럼 음메, 가슴이 울렁거린다.

기러기는?

나는 기러기처럼 두 팔을 벌리고 기럭기럭,

그럼 돌멩이는 ?

갑자기

돌멩이를 삼킨 듯 울컥해졌다.

소리없이 울고 싶어졌다.

아빠, 구름은 우르르꽝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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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질문은 엉뚱하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 진리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와의 대화는 언어 자체가 비유적이라서 선문답처럼 문득 사람을 깨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도 훌륭한 시가 되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아이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다가, 한순간 커다란 벽에 부딪힌 듯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돌멩이는 어떻게 울어?' 하고 아이가 던진 화두에, 문득 깨친 것입니다. 시인이 울컥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겠지요.박현수<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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