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앙의 위기, 교회가 먼저 세상과 대화하라"

'새 복음화를 위한 윤리적 과제'…대구가톨릭대 김정우 신부 출간

불임 부부들에게 인공수정(시험관 시술)은 하나의 희망이다. 하지만 가톨릭 교계는 '생명에 대한 조작'이라는 본질적인 위험성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이다. 영세를 받았지만 다양한 생업의 행태나 비신자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주요 계명인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신자들은 죄의식 속에서 신앙생활의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또한 흉포화하고 급증하는 강력 범죄 속에서 어느 때보다 사형집행의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을 인간이 앗아갈 수 없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 가톨릭 교계는 이렇게 사회적 가치와 종교적 가치의 괴리, 충돌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때로는 껄끄럽거나 교리에 대한 무관심 등의 이유로 사목적인 배려나 대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지금 가톨릭 교회의 현주소다.

윤리신학계의 권위자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정우(대구관구 대신학원장) 신부는 이러한 신앙적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과 '대화'할 것을 주문한다. 신자들을 '춤추지 않는다'고 탓할 게 아니라 '어떻게 춤추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신부는 최근 출간한 '가톨릭사상총서1·윤리신학1-새 복음화를 위한 윤리적 과제'(대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 펴냄)라는 저서를 통해 "신자 수 감소, 선교의 어려움, 반종교적인 문화로 대변되는 종교 경시 풍조 등의 현상은 교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교회가 쇄신과 새 복음화를 외치는 것은 그만큼 신앙의 위기가 급박해졌다는 방증이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해 6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신설한 데 이어 바티칸공의회 개최 50주년을 맞는 올해 10월 '신앙의 해'를 선포한 것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김 신부는 "교황께서 발표한 '신앙의 해' 자의교서 '믿음의 문'의 핵심은 포스트모던 시대를 신앙의 위기로 진단하고 이럴 때일수록 신학적인 토대와 교리에서 새롭게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며 "이런 연장선상에서 한국 가톨릭도 양적 성장의 시대에서 질적 성장의 시대로 바뀌어야 하며 이는 바로 윤리적 힘의 재무장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신부는 2010년에도 자살, 배아줄기세포 복제, 양심적 병역거부, 뇌사 등의 사회적 현상에 대한 윤리신학적 분석을 담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그리스도교 윤리'를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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