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19일 재개됐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정치쇄신이 우선'이라는 조건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한 지 닷새만이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 후보 측은 각자 협상 재개에 따른 이해득실과 향후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단 문 후보와 안 후보는 18일 각각 '단일화 룰 위임', '조건없는 회동' 등으로 서로 '양보' 제스처를 취하면서 협상 재개의 물꼬를 열었다.
특히 문 후보가 단일화 승부의 핵심인 단일화 룰을 전격적으로 양보한 것은 여론 흐름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통 큰 양보'라는 이미지를 확산시켜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계산이다.
하지만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바람에 문 후보가 체면을 구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후보는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퇴진' 등을 골자로 한 안 후보의 민주당 쇄신 요구에 그동안 묵묵부답하다 결국 안 후보의 요구대로 손을 든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 스스로도 정당 쇄신의 주요 과제로 인적 쇄신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 됐다.
안 후보는 협상 중단 선언 이후 '민주당의 쇄신 의지가 없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문 후보의 '조건없는 회동'에 응했다. 단일화 합의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강박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야권 단일화를 희망하는 지지층의 여론이 분열 조짐을 보이면서부터다. 물론 '이해찬 대표 사퇴'라는 점을 협상 재개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안 후보가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단일화 경선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협상 중단을 결정한 안 후보가 얻은 게 별로 없다는 평가가 많은 것이다. 우선 지지율에서 적잖은 손해를 입었다. 협상 중단 전 안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적합도'에선 문 후보에 뒤졌지만, '경쟁력'에선 앞서 있었다. 그러나 파행 사태를 거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경쟁력과 적합도 모두 문 후보에 우위를 내줘야만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파행 기간 동안 양측은 서로 헐뜯으며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지만 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정권교체'라는 큰 목표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기필코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다 명확히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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