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농업의 미래를 찾아서] (5)또 하나의 산업, 농촌 관광①

예절 교육·미술공예 체험 등 농가소득 올리는 '미래 3차 산업'

군위군 부계면
군위군 부계면 '행복한밤마을'은 3년간의 조성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정식으로 농촌체험관광을 시작한다. 대율리 한밤마을에는 고택과 돌담길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서광호기자
올해 7월 군위 부계중학교 학생들이 한밤마을에서 전통예절교육을 받았다. 행복한밤마을 제공
올해 7월 군위 부계중학교 학생들이 한밤마을에서 전통예절교육을 받았다. 행복한밤마을 제공
지난해 겨울 경주시 안강읍 세심마을을 찾은 포항 아이누리 어린이집 아이들이 떡메치기 체험을 했다. 경주 세심마을 제공
지난해 겨울 경주시 안강읍 세심마을을 찾은 포항 아이누리 어린이집 아이들이 떡메치기 체험을 했다. 경주 세심마을 제공

농촌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자연경관과 지역의 전통문화, 생활과 산업을 매개로 도시민과 농촌 주민 간의 체류형 교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농촌 관광은 농가 소득을 높여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북의 농촌은 이제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산업의 공간에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3차산업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특색 있는 경북의 농촌 관광

농촌 관광의 1번지로 부상하고 있는 경북도의 농촌 마을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경쟁력을 다져나가고 있다.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세심마을은 경북의 대표적인 농촌 관광지다. 60여 가구에 130여 명이 살아가던 작은 마을. 1999년 농협의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돼 마을길을 포장하고 돌담을 정비했다. 2002년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테마마을'로 뽑혔고, 2003년 농림수산식품부의 '마을가꾸기' 우수상을 받았다.

현재 40여 가구가 마을 총회에 가입돼 있고 이 중 12가구가 운영위원회에 참여한다. 총회에 가입된 주민들이 직접 체험지도사가 돼 방문객들을 맞이 한다. 세심마을 자료에 따르면 방문객 수는 2002년 3천여 명에서 2010년 1만2천800여 명으로 늘었다. 더불어 2002년 300만원에서 2010년 7천800만원으로 농산물 판매액도 성장했다.

세심마을의 장점은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이다. 아름다운 한옥으로 손꼽히는 독락당, 기품이 있는 정원인 계정,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을 추모하며 학문을 닦았던 옥산서원 등이 있다. 국보인 통일신라시대 정혜사지 13층 석탑 등 국가지정 보물만 200여 점에 이른다.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의 '행복한밤마을'은 내년부터 정식으로 농촌 체험 관광을 시작한다. 2010년부터 110억 원을 들여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종합개발사업으로 70억원, 행정안전부의 '살기좋은지역 만들기'로 34억원, 경북도의 고가(古家)정비사업비 4억원과 돌담정비사업비 2억원이 투입됐다.

2007년 시작한 행복한밤마을 운영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사무장 1명을 포함해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밤마을연구소는 8명의 대학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전공은 철학'역사'한문학'컴퓨터 등 다양하다. 각자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행복한밤마을의 핵심 콘텐츠는 전통예절이다. 언어'행동'인사'음식'다도 등의 기본예절교육을 제공한다. 전통 성인식과 전통 혼례 체험도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환경미술공예체험도 눈에 띈다. 자연미술놀이, 자연염색, 돌공예, 낙엽탁본뜨기를 포함해 대나무피리, 솟대, 우리집문패, 전통탈, 야생화액자 만들기 등을 몸소 익힐 수 있다.

행복한밤마을 운영위원회 홍대일(69) 위원장은 "1km 이내에 한밤마을의 돌담길과 고택, 삼존석굴, 팔공산 동산계곡, 팔공산 산길, 양산서원 등 역사문화와 자연경관 자원이 풍부하다"며 "2008년 시작해 2016년 완공 예정인 부계-동명 간 도로(14.24㎞)가 뚫리면 대구 도심에서 30분이면 올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경쟁력을 높일 방안은?

경북도는 2002년에서 2017년까지 '녹색농촌 체험 마을'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6곳의 마을에 모두 14억원을 투입해 생활편의시설, 여가 및 체험기반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북지역의 농어촌체험휴양마을은 올해 6월 말 현재 19개 시'군에 70곳이 지정돼 있다. 안동시'상주시 8곳, 영주시'고령군 6곳, 구미시'예천군 5곳, 김천시'문경시'봉화군'울진군 4곳, 경주시'청도군 3곳, 포항시'성주군'영양군 2곳, 영천시'의성군'청송군'영덕군 1곳이다.

농촌 관광은 앞으로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등 질적인 성장이 중요해 지고 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인력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농민사관학교의 교육과정을 통해 2009년부터 올해 4기까지 120여 명의 농어촌체험지도사를 배출했다. 이 교육과정은 201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국가인증(농식품부 인증번호 제1호)을 받았다. 농촌 주민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주제별 체험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을 배운다. 체험프로그램의 기획 및 운영, 운영 시나리오 만들기, 사전'사후 평가 방법과 함께 집단 활동과 관계형성 훈련, 집단게임 등 진행과 레크리에이션 기법도 교육에 포함돼 있다.

농촌 관광 수요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다. 그 동안 재방문 비율을 높이기 위해 숙박시설의 개선이 요구돼 왔다. 특히 화장실과 욕실, 주방 등의 청결과 위생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농촌 관광'숙박시설에 대한 등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 5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박재동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주민 참여도가 낮고 리더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며 "고객을 맞아 프로그램을 진행할 전문 인력이 꾸준히 양성돼야 한다"고 했다. 또 "대부분의 마을이 거의 비슷한 메뉴이고 특산물의 활용이 부족하다. 앞으로 친환경농산물 등 특색있는 음식과 체험 농장이 필요하다"며 "마을 어르신들의 솜씨로 옛 민속놀이 도구나 생활필수품을 제작한다면 훌륭한 관광 기념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장 산업으로서 농촌 관광

농촌 관광은 주목받는 미래 산업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2001년 'Tourism 2020 Vision'을 통해 농촌 관광을 미래 10대 관광형태 가운데 하나로 손꼽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 2030/2050 전망과 비전'에 따르면 국내 관광에서 농촌 관광의 점유율이 2005년 15%에서 2015년에는 28.6%, 2030년에는 45.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05년 국내 여행총량 중 농촌 관광인구가 2억5천779만 명 중 3천867만 명이던 것이 2015년에는 2억9천414만 명 중 8천426만 명, 2030년에는 5억9천468만 명 중 2억7천102만 명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이 보고서는 농촌 관광 지출액 규모도 전국을 기준으로 2008년 3조원에서 2030년이면 2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농촌 관광객의 지역 농'특산물 구입률과 지출 비용도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특산물 구입률은 2003년 20.3%에서 지난해 45.2%로 늘었다. 관광객 1인당 지출비용 역시 2003년 5만8천721원에서 지난해 9만6천127원으로 증가했다. 농촌의 새로운 산업으로서 농촌 관광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경북도는 도시민들에게 최적의 농촌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2011년 도시민 농촌 관광 실태조사 결과 도시민의 경북도 방문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았다. 2012년 1월을 기준으로 24.5%가 경북을 방문했다. 경남도가 16.3%로 2위였고 강원도 15%, 전남도 13.4%로 뒤를 이었다. 농촌 체험 관광객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2007년 23만8천 명이던 농촌관광객이 2009년 64만7천 명으로 2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2010년에는 101만7천 명이었고 지난해에는 148만1천 명으로 나타났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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